자작나무 숲에서 흰색의 색감이 이렇게 강렬하다는 것을 처음 느껴 본다.
모든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지닌 채 하얗게 하얗게 여위어 가는 자작나무의 맑고 투명한 영혼을 만난다.
나는 얼마나 내려 놓아야 저렇게 투명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상처 입어야 저렇게 맑아질 수 있을까?
이 시대로부터 혹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마음이 훼손되거나, 쓰라림으로 얼룩지려 할 때마다 이 숲을 생각하리라.
죽어도 자유롭지 못하는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들로 인해 마음이 예리한 단도로 저민 것처럼 아플 때에도 이 숲을 생각하리라.
백화(白樺)
-산중음4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山)너머는 평안도(平安導) 땅도 뵈인다는 이 산(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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