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아차산에서 망우로

꿈꾸는 식물 2015. 7. 5. 17:20

    주말 산꾼으로 운동 약속이 없으면 꿩 대신 닭이라며 땜질용으로 산에 나서는 산꾼으로서 성실하지 못한 주선씨는 늘 먼 산행을 계획한다.

차를 가져가길 좋아해서 원점 산행을 해야만 하고, 산행 거리가 8km가 넘으면 급격하게 과묵해져서 나를 주눅들게 하고, 북한산 둘레길은 오르락내리락 무한 반복이어 짜증나고, 높은 산은 오르막이 힘들고, 닞은 산은 밋밋하여 싱겁고, 둘레길을 걷다가 포장 도로가 나오면 예쁜 길을 노래하고......  그럼에도 틈만 나면 열심히 산으로 둘레길로 함께 동반자로 따라 나서니 고마울 따름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엄청난 체중 차이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투덜이 스머프로 때로는 똘똘이 스머프로 함께 걷는다.

  동네 뒷산인 아차산을 아차산 지나 긴고랑길 거쳐 아차산 둘레길로, 아차산 용마산 지나 뻥튀기골 거쳐 아차산 둘레길로, 아차산 둘레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거꾸로 아차산 둘레길로 시작하여  용마산과 아차산 정상 찍고 내려오고를 몇 번씩 반복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길을 익혀 가는데 주선씨는 나의 이런 초지일관의 태도를 무지몽매한 무지의 소치로 여기며 달가워 하지 않는다. 한 걸음이 새로운데 길을 놓치면 다시 뒤로 돌아가자니 얼마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그래도 새로운 길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나의 원칙주의적 진지함이 호시탐탐 틈을 노리니 주선씨는 몸과 마음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

  2시까지 돌아와서 골프 중계를 봐야 한다는 계획에 맞춰 아차산과 망우산 거쳐 구리시 교문 사거리로 하산하여 버스를 타고 강변역으로 돌아올 예정으로 집을 나선다. 메르스로 산을 떠났던 많은 산꾼들이 그 가족과 반려동물과 함께 다시 돌아와 아차산은 흙먼지와 막걸리 냄새 가운데 저자거리를 방불케 한다. 나는 새롭게 개방한 아차산의 보루를 오르락내리락,  주선씨는 그대로 직진 또 직진. 결국 나 혼자 용마산 찍고 주선씨는 그대로 망우산으로 내달렸다. 망우산에서 구리 둘레길 따라 묘지 사잇길로 가자는데 꿈자리 사납다며 벚나무 울창한 순환 도로를 따라 형제 약수터 방향으로 하산한다. 원래는 엄마손약수터로 하산하여 교문 사거리에서 버스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길눈이 어두워진 내가 형제약수터 한번 지나고 두번째 형제 약수터로 하산길의 유혹에 빠진 바람에 정각사 방향으로 하산했다. 3시간 동안 11.5km를 걷고 오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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