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송파 소리길(봄날)

꿈꾸는 식물 2014. 5. 17. 19:18

  삼목회 도반들의 스승의 날 특수 때문에 삼목회가 삼금회로 변경 되어, 집에서 마음껏 늑장을 부리다가 10시에 집을 나선다.

송파 소리길을 따라 원점 회귀를 하기로 마음 먹고 올림픽대교로 한강에 진입하여 잠실철교로 도강하여 성내천과 한강의 합수 지점을 찍고 성내천 둑방길을 따라 올림픽공원으로 진입하여 송파소리길로 들어선다. (5월 15일 목요일, 5시간 27km)

  한강변의 수양버들은 연두빛을 지나 녹음을 향하여 달려가고, 버드나무 사이로 푸른 한강은 늘 그렇게 흐르고 있다.

성내천 둑방길의 벚나무에는 올해 제대로 한번 벚꽃을 마나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버찌가 파란 열매에서 제법 와인빛으로 붉게 익어 간다.

스승의 날 행사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가득한 올림픽공원은 이제 초여름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단풍잎들은 빠알간 프로펠라를 달고 날아갈 준비를 완료했고, 노오란 창포와 보랏빛 붓꽃은 마알갛게 흔들리고, 마로니에는 하이얀 은성한 꽃을 주저리주저리 매달고 빛나고 있는데, 계절의 여왕에 어울리는 붉은 장미는 농밀한 내음을 마음껏 자랑한다.

올림픽아파트를 벗어난 성내천은 보랏빛 붓꽃과 여린 줄장미를 배경으로 처량근심한 백로가 주변과는 전혀 무관하게 여유만만 낚시를 한다.

거여동에서 성내천을 버리고 구리 판교 도시 고속화도로 주변의 근린공원으로 이동한다.

벚나무가 연식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한데 굵디 굵은 버찌가 와인빛 향기를 머금고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익어 간다.

벌써 떨어져 버린 아카시아가 하얗게 흙길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송파 파인아파트의 화려한 산딸나무의 하이얀 꽃들이 우아하게 인사를 건낸다.

아파트 담장의 장미는 장지천의 붉디 붉은 줄장미로 이어지고, 장지천의 노오란 창포는 여전히 아름다운데, 탄천 주변의 하이얀 찔레꽃 향기는 여전히 슬프다.

탄천에서 양재천으로 접어드는 한강변은 하이얀 찔레꽃과 노오란 애기똥풀의 세상이다.

양재천과 한강 합수 지점에서 한강으로 방향을 잡고, ' 탈락'이라는 안내 방송도 듣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수험생 때문에 세번씩이나 '탈락'이라는 방송을 하는 운전 면허 시험장을 지나 한강으로 접어드니 한강 주변에는 예초기를 들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풀을 제거하는 관리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막 베어낸 풀이 뿜어내는 그 싱그러움과 살아 있음과 생동하는 팔딱임이 좋아서 시끄러운 소리에도 예초기 옆을 일부러 골라 걸어 간다.

바람 불어 좋은 날답게 요트를 배우는 요트 입문자들이 한강에 가득하다.

잠실철교를 다시 건너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 걷는 길이 때때로 필요하다, 특히 나에게는.

도반들과 함께 걷는 것에 익숙해져서 혼자 걷기에 낯가림을 하고 때때로 꾀가 나지만 혼자 걸을 필요가 있다.

늘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수는 없지만, 늘 여럿이 함께 같이 갈 수만은 없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 그 자체라지 않는가?

함께, 따로, 같이, 혼자!

언제나 당당한 인간이어야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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