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관악산 팔봉능선

꿈꾸는 식물 2014. 2. 9. 00:57

  이번 주 삼목회는 삼금회가 되었다.

목요일에 미자씨가 약속이 있고, 승민이 소집일이어서 금요일로 옮겨 관악산에 들었다.

처음 계획은 자주 다니던 관악산을 가볍게 걸어 팔봉능선과 무너미 고개 찍고 삼성산과 호암산 지나 석수역으로 하산할 생각이었으나 늘 계획과 꿈만 원대한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겠는가?

들머리를 관음사로 잡아 처음으로 국기봉 두 개를 오르고 1km를 더 걸어 원래 다니던 등산로로 진입하여 연주대 찍고 팔봉능선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알바(?)를 거듭하여 결국 안양 예술공원으로 하산하였다.(2월 7일 금요일, 8시간 50분 14km)

  샛길이 많고 표지가 부실하여 관악산에 오면 자주 길을 잃기에 오늘은 조금 일찍 8시 30분에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도반들을 만났다.

주선씨랑 관악산에 들 때는 주말 사당역에서 산꾼들 뒤를 졸래졸래 따라 다녔고, 내가 길잡이일 때는 과천 향교 하산길이 재미가 없어 동작에서 시작하여 서달산 까치산 거쳐 관악산에 들었기에 사당역에서 평일 출발이 낯설어 들머리부터 헤맸다.

사당초교에서 산길로 접어 들어 관음사와 연주대 표지에서 나는 연주대로 산봉우리를 향하여 올라 갔는데 머핀님과 미자씨는 바로 앞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관음사 방향으로 직진하여 잠시 헤어졌다.

능선까지 따로따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나 혼자 올라갔던 봉우리가 경사가 급하고 군사용 매복 시설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등산로라 살짝 긴장도 되고 모든 것이 어설펐다. 

관음사에서 올아온 두 분을 다시 만나 연주대로 향한다.

그동안 관악산을 오르며 왼쪽으로 보았던 봉우리를 오르는 기쁨에 갑자기 기분이 붕붕 떠오르는데, 더욱 영광(?)스럽게 두 개의 국기봉을 만나는 호사까지 누렸다.

남쪽 관악산에서 북쪽 북한산을 바라보니 안쪽에 안겨 있는 남산과 남산타워가 자그마한 동네 뒷산처럼 느껴진다.

철계단을 오르고 관악산 마니아들의 꿈인 11 국기봉 종주의 단초가 되는 국기봉을 두 개씩 만나는 행운을 누리며 두번째 국기봉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국기봉 돌아 사당능선으로 들어선서며, 샛길이 많으니 탄탄대로 등산로로 골라서 가자고 다짐한다.

하마바위와 마당바위를 지나면서 우리가 가야할 연주대와 천문대 축구공이 점점 다가오고 드디어 연주대를 향하여 쇠줄을 잡고 바위에 매달려 오른다.

벌써 2년 전인가 머핀님과 소정이 픽업 때문에 동작에서 과천 향교까지 잠깐 걸었던 이후 처음으로 관악산에 들어 모든 것이 낯익은 듯 낯설다.

관악산 표지석 아래 있던 막걸리 매대도 사라진지 옛날이란다.

천문대를 지나 KBS 송신탑을 향하여 방향을 돌려 팔봉능선으로 접어든다.

시작은 미비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단언컨대 팔봉능선은 관악산이 숨겨 놓은 보석임에 틀림없다.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는데 봉우리 하나하나가 등반이 가능하고 모양이 독특하며 우회길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자신의 능력에 따라 봉우리를 공략하기도 하고 우회 등산로도 걷기도 하면서 호흡을 조절할 수도 있다.

왕관바위, 개구멍바위, 양파바위, 연꽃바위, 멀리 보이는 또 다른 국기봉, 매 봉우리에서 바라 보이는 서로 같고 각기 다른 관악산의 연봉들, 끝없이 이어지는 탐방객들, 어떤 탐방객은 연주대로, 어떤 탐방객은 팔봉 능선으로, 어떤 탐방객은 안양으로, 어떤 탕방객은 관악산 입구로,,,,,,

드디어 우리는 팔봉능선의 마지막 봉우리 하나를 남겨 놓고 길을 잃었다.

완관바위 보고 한 봉우리를 돌아 방향을 잡았는데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잡은 듯 등산로에서 이탈하여 내려 갔다가 다시 능선을 향하여 올라 가서 다시 내려 가다가 결국 눈에 보이는 길을 향하여 왼쪽으로 한참을 이동하여 다시 등산로로 복귀하였다.

겨울산이었기에 모든 것을 떨군 나무들 덕분에 시야가 확보 되었고, 미세먼지가 없어 철탑이 있는 삼성산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여름산이 아니어서 잡초도 무성하지 않고 뱀의 출몰도 염려가 없었기에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블로거처럼 우리도 지나치게 왼쪽으로 하산한 듯, 망월암으로 향하는 계곡 표지판에서 계곡을 건너지 않고 수목원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수목원이 통제 구역이어서 수목원 등산로를 돌아 천인암능선과 만나는 길을 길게 따라 약 2km 이상을 하산한다.

산 위에서 볼 때 큰 도로가 길게 이어져 쉽게 하산하리라 생각했는데  수복원으로 인해 통제된 길이어서 산을 하나 오르 내려 뜻밖에 하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결국 안양 유원지에 도착하니 5시 20분,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 시간이 3시, 망월암 계곡 표지판에서 하산을 결정한 것이 4시 5분, 결국 길을 잃고 헤맨 시간이 한 시간, 하산한 시간이 1시간 20분이 걸렸다.

  집에 와서 다시 지도를 검토해 보니 내 계획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새삼 깨닫고 반성했다.

15km 산길이면 우리가 늘 다니는 북한산도 7시간 이상 걸리는데 관악산 전문 산꾼 블로거의 5시간만 믿고 시간이 많이 걸린 경우 하산로를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에 연주대까지 오를 때도 하산 시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국기봉을 두 개나 오르내리고, 팔봉능선에서도 온갖 여유를 부리면서 사진을 찍으며 팔봉능선을 누리고 누렸다.

석수까지 남아 있는 하산 시간과 거리는 마음에 두지 않고 만약의 경우 차선의 하산 방법은 전혀 문외한인 주제에 대책도 없이 즐거웠다. 

더욱 유일하게 우리 바로 앞서가는 푸른색 등산복을 입은 분의 친절이 조금 귀찮아 초행인데 두로 쳐지면서 따돌리기까지 하여 드디어 길을 잃어 헤매는 오만까지 범했다.   

관악산 전문 산꾼도 서울대 옆 관악산 입구에서 호수공원 지나 무너미고개에서 수목원으로 하산하고, 서울대 공대에서 짧게 올라 팔봉능선에서 삼성산으로 하산하는데.....

지도를 검토해 보니 처음 내려갔던 길에서 계속 내려가 무너미 고개에서 서울대 호수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나았을 것 같다.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어리석은 장수다'

나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도반들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았는가 반성 또 반성한다.

다시 한번 관악산에 구간을 나누어 머지 않아 도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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