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운길산 종주

꿈꾸는 식물 2014. 1. 30. 02:29

  설날 연휴로 이번 주 삼목회는 삼수회로 조율했다.

서울 서부 지역에 사는 도반들이 오늘은 동쪽으로 모처럼 출동하여 운길산 종주에 나선다.

머핀님과 미자씨 두 분 모두 운길산은 초행이란다.

운길산역에서 9시 30분에 만나기 위하여 나와 머핀님은 8시 45분 왕십리에서, 미자씨는 8시 42분 회기역에서 승차하기로 했는데, 2시간 가까이 전철을 타야 한다는 부담감 작렬로 머핀님이 30분 가량이나 일찍인 8시 22분에 왕십리에서 운길산역으로 출발해 버리셔서 추운 역사 안에서 늦지도 않은 우리들을 기다리며 오돌오돌 떨며 손과 발이 꽁꽁(?) 어는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우리들도 늦지 않으려고 일찍 왕십리역과 회역에 도착 덕소행 열차를 보내고 10분 정도 바람 부는 열린 공간 개찰구에 서 있었지만......

봄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한겨울 1월 하순의 착한 날씨와 열정에 넘치는 도반님들의 걸음 덕분에 완벽하게 종주를 했다.( 1월 29일 수요일, 7시간 30분 15.2km)

 

  운길산(610m) - 적갑산(560m) - 예봉산(683m) - 율리봉 - 예빈산(직녀봉) - 견우봉 - 승원봉 

                                                                   

  운길산역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터널을 지나 산악회 여러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등산로로 들어간다.

오른쪽 목재데크는 수종사로 향하는 차량도 다닐 수 있는 포장 도로여서 수종사에서 두물머리를 누리는 호사를 다음으로 미루고 운길산 종주로 집중하기로 의견을 나눈 우리는 얼음이 다 녹아서 봄날처럼 질척질척 달라붙는 흙을 한짐씩 등산화에 붙이고 땀을 삐질삐질 아니 뻘뻘 흘려가며 겉옷과 장갑을 벗고 운길산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

수종사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지점에 놓인 평상에서 아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머핀님이 뭇국 한 컵으로 허기를 달래고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꿈처럼 내려다 보이고, 얼음이 대부분 녹아버린 강물이 잎을 모두 떨군 겨울 나무들 사이로 소리없이 흐르고, 지난 11월 그토록 아름다웠던 붉은 단풍들이 제대로 떨어지지 못하고 나무에 말라버린 처연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을 향하여 오르다가 뒤를 한번 바라보고 땀을 뚝뚝 흘리다가 다시 뒤를 바라보고,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한강과 북한강은 그렇게 만나고 있었다.

지난 11월 혼자 종주했을 때와는 달리 운길산 정상에서 가평의 수많은 산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뚜렷하게 내 눈과 마음에 닿는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용문산 정상과 바람결따라 곱게 비질한 계곡, 살짝 눈 덮힌 등산로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다.

새재고개를 지나 적갑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양지는 뽀송뽀송 음지는 미끈미끈하여 아이젠을 찼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오르락 내리락 가뿐 숨을 몰아 쉬게 한다.

행글라이더 활공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계획을 변경하여 적갑산 조금 지난 곳에 자리를 잡고 미사대교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어쩔 수 없이 정약용 형제들을 떠올리며 철문봉을 지난다.

강진으로 유배 가던 정약용선생이 풀티재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모습이 고향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모습과 닮아 눈물 흘렸다는 그 도봉산을 정약용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검단산, 멀리 강 끝으로 보이는 도봉산과 오른쪽의 수락산과 불암산 그리고 왼쪽의 우리 북한산이 구름에 싸여 신비롭기만 하다.

드디어 2시 50분 다섯 시간만에 예봉산 도착, 팔당역으로 하산하기에는 뭔가 아쉬워 벚꽃 쉼터쪽으로 방양을 잡아 율리봉으로 내려선다.

율리봉에서 4.6km 운길산으로 환종주들 할지 아니면 예빈산으로 갈지 또 뜻을 모아 율리고개를 지나 직녀봉인 예빈산으로 향한다.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에서 인증 샷을 찍고 예빈산을 거쳐 조개울에서 올라오는 견우봉을 지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그 먼 거리를 돌고 돌아서 이 곳에서 만나는 것처럼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견우와 직녀가 그 거리와 세월을 뛰어넘어 만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에 직녀봉과 견우봉이라 이름 짓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 대부분 산 봉우리들이 문수봉, 나한봉, 의상봉, 원효봉 등 등 불교와 관계된 이름이 많은데 예봉산 연봉이 직녀와 견우여서 떠올린  완전 내 생각이다.  

견우봉을 지나면 그 많은 봉우리들이 다 사라지고 우리 눈앞에는 봉안터널이 있는 승원봉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다.

승원봉에서 과일을 먹으며 흰 비단처럼 펼쳐진 강물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 본다.

검단산도 눈앞에 가깝게 다가 오는데 승원봉에서 천주교 공원 묘지로 하산하는 길은 완전 급경사로 뚝뚝 아래로 하산길이 떨어진다.

언젠가 이 길로 예봉산에 오르다가 거의 기절 내지는 실신 직전이었다는 지인이 떠오르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팔당역 예봉산으로 올라 예빈산 거쳐 견우봉으로 내려오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애써 러셀해 놓은 길마저 그 흔적이 희미해 당황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천주교 공원 묘지에 도착, 묘지를 따라 강쪽으로 더 이동하면 2003년 9월에 세상을 떠난 분들의 유택이 있는 곳에 닿고 또 그해 9월 15일에 이곳으로 오신 분의 유택도 있으리라.

그쪽을 향하여 눈길 한번 주고 바로 포장 도로로 방향을 잡았는데, 언제 다시 이곳에 올지 모르는 두 도반을 위하여 산이 끝나는 곳에서 강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리게 해 드리지 못하게 하였다는 때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산 끝자리 산과 강이 만나는 곳 묘지에 앉아 으스름 저녁 무렵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처연함과 아득함, 막막함과 멍멍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5시 10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곧이어 167번 버스 승차, 팔당역에 하차하여 5시 39분 전철 타고,  나는 덕소역 미자씨는 회기역 머핀님은 용산역에서 그렇게 집으로 왔던 그 자리로 회귀한다.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그렇게 우리네 삶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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