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수향비

꿈꾸는 식물 2014. 1. 25. 01:05

  우여곡절 끝에 이번 주 삼목회는 삼금회가 되었다.

머핀님과 미자씨가 목요일 회사 신년회가 있고, 금요일에 미자씨 가족 모임이 있어 화요일로 변경하여 삼화회로 하려고 하였는데 미자씨 가족 모임이 변경되어, 내 수업을 이리저리 옮겨 어렵게 북한산에 들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향비에 들기 때문에 불광역 9번 출구에 머핀님과 미자씨는 8시 50분에 도착, 나는 8시 55분에 도착하여 대호아파트를 들목으로 삼아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한다.

미세 먼지 때문에 하늘은 활짝 깨어 있지 못하지만 포근한 날씨 덕분에 옷차림이 조금 가벼워져 발걸음이 모두들 나비같이(?) 가볍다.

'산은 높이와의 싸움이 아니라 무게와의 싸움이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유효하다.

초반부터 땀을 유난히 흘리시더니 미자씨가 갑자기 컨디션 난조에 빠져 대남문에서 구기분소로 하산, 그대로 불광역으로 가기에는 미련이 남아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구간 일부를 걸어 불광역 2번 출구로 회귀했다.(1월 24일 금요일, 7시간 14km)

  대호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수리봉 이전의 봉우리(물론 이름이 있겠지만 우리는 그 이름을 알지 못한다) 를 향하여 가볍게 오르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잔설이 있지만 아이젠은 전혀 필요없이 가볍게 오르며 하나씩 겉옷을 벗기 시작하고, 두 개씩 낀 장갑을 벗기 시작하며 눈으로는 반갑게 다가오는 수리봉을 만나고, 귀로는 머핀님 아파트 리모델링 인테리어 이야기를 듣는다.

미자씨가 처음부터 땀을 많이 흘며 모자까지 쓰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고, 곧잘 오르던 익숙한 수향비 능선의 바위를 무서워하며 이상하게 힘들어 하며,쉽게 오를 수 있는 길도 겁이 난다며 돌아서 오르고, 자꾸만 뒤로 쳐지신다.

화요일 가족 모임, 목요일 회사 신년회, 금요일 삼목회, 계속 이어지는 바깥 행사에 매일 샌드위치 만들고 가게 마감까지 하고, 오늘은 새벽부터 가게에 나가 샌드위치 만들고 1시간 이상 밀리는 1호선을 타고 불광까지 오셨으니 무쇠가 아니라면 지치는 것이 당연하리라.

그래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사방사방 걸으며 향로봉을 지나 비봉으로 향한다.

작년 송년회 산행 때 오른 수향비는 오늘 더 눈이 많이 쌓여 정숙하고 정갈하며 산꾼들이 별로 없어 고즈넉하고 고요하다.  

두고온 수리봉이 흰 눈을 드문드문 뒤집어 쓰고 우리를 배웅하고, 우람하고 남성적인 향로봉은 하이얀 눈과 초록빛 소나무를 안고 담대하고, 비봉은 모처럼 오르는 산꾼없이 홀로 단정하다.

수리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능선, 비봉을 향하여 오르는 능선, 사모바위에서 승가봉을 향하는 능선, 사이사이에 살짝 살짝 아이젠을 차고 거의 대부분은 아이젠 없이 가볍게 날아간다.

북한산의 만남의 광장 사모바위 광장에도 산꾼들이 그리 많지 않아 다가올 승가봉과 통천문 문수봉을 바라보며 감탄 또 감탄을 연발한다.

승가봉과 통천문 문수봉 언저리는 잔설이 아니라 눈이 폭폭 쌓여 있고, 눈 앞에 펼쳐진 응봉 능선과 의상 능선 그리고 북한산 주능선의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정답게 다가온다.

미세 먼지 때문에 하늘은 투명하게 깨어 있지 않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끝없이 이어진 북한산의 연봉들이 가깝게 느껴져 눈이 시원하고 마음이 맑아진다.

문수봉 공략을 미자씨가 망설여 청수동암문으로 돌아서 대남문으로 향한다.

오늘은 머핀님이 미자씨보다 빨리 청수동암문에 닿고 조금 있다가 미자씨도 땀을 뻘뻘 흘리며 상기된 얼굴로 오신다.

오늘은 직접 문수봉 뒤쪽으로 올라 우리가 걸었던 수향비와 사모바위 승가봉 통천문을 눈으로 다시 걸어보고, 문수봉에서 시작하는 의상 능선의 나한봉 나월봉 715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을 다정하게 바라본다.

문수봉에 우리밖에 없어서 하이얀 북한산이 온통 우리 차지여서 마냥 신이 났다.

대남문으로 내려 와서 성곽을 바람벽 삼아 점심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엔돌핀을 나눈다.

미자씨가 춥다며 빨리 짐을 챙기는데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 구기분소로 하산을 결정, 삼목회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시에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기 시작하니 미자씨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 싶어 마음이 놓인다.

결국 너무 일찍 하산하면 집에 가는 길이 낯설까 저어하여 이북 오도청 부근에서 북한산 둘레길 옛성길로 진입 탕춘대능선 따라 장미공원을 거쳐 불광역 2번 출구로 원점 회귀한다.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 4시에 산행을 마무리 했으니 삼목회 시작한 이래 가장 가벼운 삼목회였다.

그럼에도 마음은 아롱아롱 행복하고 하늘하늘 가볍고 사방사방 정갈하다.

 

  목요일에는 진경이랑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1월 23일 목요일, 4시간 1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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