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불곡산

꿈꾸는 식물 2014. 1. 20. 00:39

  주선씨의 주도로 이수회 소모임에서 양주 불곡산에 오르다.

한국의 명산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불곡산을 만난 주선씨가 몇 주 전부터 불곡산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오늘 등반에 나선다.

다른 분들이 참석하지 않으셔서 나 혼자 홍일점으로 따라 나서 양주 시청 주차장에 주차하고 11시부터 불곡산에 오르기 시작하여 상봉, 상투봉, 임꺽정봉을 지나 대교아파트로 하산하였다.     (1월 18일 토요일, 3시간 50분, 7km)

  둘레길 트랜드를 반영하듯 불곡산에도 '불곡산 숲길'이라는 나지막한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시작은 전형적인 흙산으로 부드럽고 완만한 조금은 헐벗은 숲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멀리 도봉산과 북한산의 뒷태를 보는 기쁨을 누릴 수는 있었지만 산의 오른쪽은 서울 근처 경기도 작은 도시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난개발로 파해쳐져 산도 들도 도시도 아닌 어설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불곡산 1보루와 2보루를 지나면서 멀리 상봉이 다가오더니 산은 제법 위엄있는 바위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곡산 정상인 상봉 전에 만난 펭귄바위의 모습이 그럴 듯하여 웃음이 절로 난다.

500m도 채 되지 않는 상봉이지만 봉우리가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서 나무 사다리를 유격 훈련 하듯이 오르니 하얀 크고 작은 바위가 제법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상봉에서 상투봉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바위 능선이 불곡산의 백미가 아닐까?

450m 봉우리에서 길게 뻗어 이어진 하얀 바위 길, 미세 먼지가 사라져 눈이 시리게 푸르고 투명한 하늘,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바위 봉우리 상투봉, 멀리 보이는 도봉산과 북한산의 연봉들, 초록빛이 거의 사라진 겨울 들녘에 보이는 푸른 물결 저수지의 정갈함이 눈을 사로 잡는다.

단언컨대 상봉에서 상투봉으로 이어지는 이 바위 능선이 불곡산의 진수이리라.

상봉에서 상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제법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고, 상투봉에서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하산길인 양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또 오른다.

그 능선길이 길고 긴 밧줄과 굵은 쇠줄과 보폭을 고려하지 않는 불친절한 쇠지지대 그리고 유격 훈련용 나무 사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보폭이 좁고 산행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은 조금 힘이 들 것 같은, '뱁새가 황새 따라 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드는 쇠 지지대가 몇 개씩 이어진다.

그 사이사이에 생쥐바위, 악어바위, 물개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쭉 걸어 나가서 앞에 봉우리에서 뒤에 봉우리에서 뒤따르는 일행을 바라보는 즐거움, 일행을 기다리며 크고 작은 봉우리로 살짝 살짝 건너 다니는 기쁨에 혼자 행복했다.

임꺽정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얼음이 제법 얼어 있어서 조금씩 긴장을 했지만, 그 길을 벗어나서 대교아파트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불곡산 초입처럼 부드러운 흙산이 물결 치듯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면서 이어진다.

조금 내려 왔다가 일행을 기다리며 두고온 상봉과 상투봉의 바위들을 바라보고, 또 내려 오다가 고개를 들어 눈이 시리도록 푸른 겨울을 우러르며 크게 호흡을 가다듬고 가다듬는다.

  살기 위하여, 살아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이 삶을 견뎌내기 위하여, 이 삶을 이해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바람 속에 서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때로는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 나는 바람 속으로 걸어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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