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제주 올레길(1구간 - 2구간)

꿈꾸는 식물 2013. 5. 21. 20:09

  제주 여행 세번째 날, 우리는 드디어 올레 걷기에 나선다.(5월 11일 토요일)

그동안 각자 나름대로 걸어왔던 올레길을 모두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 1구간부터 차례대로 걷기로 원칙을 세웠다.

사이에 각자 올레길을 걸을 경우가 있더라도 둘이 함께 걸었던 구간만 인정하기로 신사 협정 아닌 올레꾼 협정을 맺었다.

숙소인 민중각에서 걸어서 서귀포 시외 버스 터미널로 이동하여 8시 20분에 해안도로를 경유하는 제주행 버스에 승차, 거금 3000원을 내고 9시 40분까지 지치도록 버스로 이동하여 시흥초등학교에 하차, 종일 걷고 또 걷다가 오후 7시 20분 온평포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제주 올레 1구간 : 시흥초등학교 - 말미오름 - 알오름 - 종달리 - 성산 갑문 - 광치기 해변 (15.6km)

    제주 올레 2구간 : 광치기 해변 - 식산봉 - 성산하수종말처리장 - 대수산봉 - 혼인지 - 온평마을 - 온평포구 (16.2km)

 

올레 구간 31.8km에 버스길 이동거리까지 더하여 33km를 걸어냈다.

한 사람은 무릎과 어깨가 아픈 무릎쟁이, 다른 한 사람은 의자 사이에 엄지 발가락이 끼어 멍이 퍼렇게 들어 통통 부은 발가락쟁이, 두 쟁이가 이렇게 올레길에 들어선다.

  제주 올레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 길답게 처음부터 환상적인 길이 시작된다.

연두빛 들판에 펼쳐진 수많은 높고 낮은 오름과 초록빛 바다가 기다리는 환상적이 올레길에서 흐드러지게 만발한 하얀 찔레꽃의 향연, 그리고 붉은 딸기의 유혹.

말미오름에서 바라보는 제주 평야의 흙 빛깔은 그 색만으로도 충분히 조각 이불이었다.  

마악 밭갈이를 끝낸 밭에 흙이 연한 갈색부터 시작하여 점점 농도를 더해 가며 검정빛으로 나아가고, 서둘러 밭갈이를 끝낸 밭에서는 연두빛 존재들이 앞 다투어 솟아나고, 커다란 퀄트 조각보를 펼쳐 놓은 풍광에 가던 길 멈추고 넋을 잠시 잃었다.

알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반짝이는 연두빛 초원 가운데 오름으로 오르는 가느다란 길을 따 한국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나 잡아 봐라'를 라며 걷는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성산 일출봉을 향하여 걷는다.

종일 성산 일출봉을 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오른쪽 옆으로 보고 왼쪽 옆으로 보며 앞태와 뒷태에 옆태까지 보며 걸었다.

한라산소주 직원들과 함께 했던 1구간을 벗어나니 2구간은 오롯이 우리 차지이다.

광치기해변에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 지점을 보며 오르는 식산봉은 아름다운 숲길로 산길이 폭신폭신 부드럽고 바람은 향긋하고 온유하다.

하이얀 찔레꽃이 올레 길 모든 구간에 가득하여 우리는 꽃향기에 취해 걷는다.

찔레꽃이 어찌나 탐스럽고 소담스러운지 하얀 장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미 찔레꽃에서 떨어진 씨앗이 싹을 띄워 자라난 작은 찔레꽃은 어찌 작고 여린지 땅에 바짝 붙어 하얀 야생화처럼 느껴진다.

평지가 조금 지루해질 무렵 또 다른 오름인 대수산봉에 올라 지나온 제주의 동부 해변,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본다.

지나온 길, 지나가는 길, 그리고 지나갈 길이 이렇게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다.

무엇이 저물어가는 이 길로 우리를 내몰며 걷게 하는가?

무엇이 저물어가는  이 시간에 우리를 길에서 머물게 하는가?

드디어 아름다운 연못 혼인지에 도착한다.

하얀 마가렛과 아직 꽃봉오리인 채 아름다운 연이 가득한 연못가에서 머물 수 없는 하여 사라져 갈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은 쓸쓸함에 대하여 생각해야 할 시간, 해가 저무는 일몰의 시간이지 않는가?

지금은 사라지는 모든 것에 대하여 마음이 멍멍해야 할 시간, 해가 안녕하는 해넘이 시간이지 않는가?

해안도로에서 온평포구까지 2km를 걸어가서 2구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거꾸로 1km를 걸어 동회선 일주 도로로 나온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걸려온 머핀님 남편의 안부 전화, '이제 집으로 가려고 해요'라는 머핀님 말에 서울 목동 집으로 착각을 하셨단다.  

우리집은 민중각인데, 화려하지도 않고 엄청 시설이 좋지도 않지만 몸과 마음이 편한 곳이 집이라면 지금 우리집은 민중각이다.

옆방의 소음도 전혀 없고, 올레지기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우리집 민중각으로 올레 시장에서 순대에 맥주를 마시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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