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원효봉에서 보국문으로

꿈꾸는 식물 2013. 7. 31. 00:00

 장마 또 장마 사이로 오랜만에 날이 활짝 갠 금요일이다.  

머핀님은 남편과 주왕산 휴가 뒤끝에 샌드위치 담당하는 희경씨 휴가로 참석이 어렵단다.

미자씨는 목요일 샌드위치 주문이 들어와서 목요일에는 곤란하단다.

이번 주 삼목회는 결국 금요일에 삼금회로 변경하여 8시 30분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미자씨 생체시계가 목요일에 세팅 되어 있는 바람에 9시에 그파발에서 만나 멍 때리고 있다가 떼지어 오는 34번 버스와 704번 버스를 보내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버스에 올라 북한산성 탐방 지원센터에 도착, 호기롭게 원효봉을 향하여 오른다.

원래 계획은 꽈배기쌍알 코스 일부를 걸어 보려고 했는데, 지난 밤 모처럼 밤에 부부 동반 외출을 한 탓인지 몸이 정상이 아니어서 결국 보국문에서 정릉으로 하산하고 말았다.

엄청 사방사방 걷고 커다란 너럭바위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물소리를 들으며 푸욱 쉬는 바람에 6시간 50분 동안 12km를 걸었다. (7월 26일 금요일)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수문을 지나 덕암사 쪽으로로 방향을 잡아 서암문인 시구문을 찍고 원효봉을 향하여 오른다.

미자씨는 원효봉이 처음이고, 나는 처음 14문 종주를 할 때 오르고 나머지 14문 종주 때는 모두 하산길로 이용한 등산로인데,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이 처음부터 힘이 든다.

잠이 채 깨지 않았는지, 어젯밤 맥주를 별로 마시지 않았는데 술이 채 깨지 않았는지 몸이 영 개어나지 않아 숨이 차고 땀까지 쉬임없이 흘러 내린다.

아마 잘 하지 않는 어쩌다가 1년에 한번 정도 하는 밤 외출 때문이리라.

거의 매일 밤 11시 가까이 퇴근하고 어김없이 아침이면 7시 전후에 집을 나서야만 하는 주선씨가 새삼 가엾고 안스러워 마음이 먹먹하다.

500고지인 원효봉을 지나 염초봉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경탄하여 북문을 향한다.

북문은 지붕이 없어 더 단아하고 새침하며 깔끔해서 마음에 닿는다.

리찌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염초봉, 노적봉, 향로봉, 보현봉, 그리고 인수봉은 영원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으로 남아 있으리라.

대동사를 지나 위문을 향하면서 몸이 제대로 풀리는 듯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원래 땀이 많은 미자씨는 계속 흐르는 땀 때문에 사진 찍히기도 거부하고, 이제는 미자씨를 위하여 사방사방 걸을 수밖에......

위문 지나 대동문을 향하여 걸어가는 머핀님이 제일 좋아한다는 그 길을 걸으며 뒤에 두고 오는 백운대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걷는다.

용암문 지나며 점심 먹을 만한 커다란 너럭바위를 만났다.

너럭바위에 돗자리를 넓다랗게 펴고 반찬을 가지가지 늘어 놓는다.

더위에 지쳐 물만 마셔댔기 때문일까?

아니면 늘 열심히 먹으며 신나는 식사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머핀님이 없기 때문일까?

결국 미자씨는 밥을 물에 말아 한 수저 뜨시고, 나는 그렇게 좋아하는 멸치아몬드호두볶음도 먹지 못하고 물과 맥주만 마셨다.

바람은 살랑살랑 건듯건듯 불고, 계곡 물소리는 쉬지 않고 졸졸 잘잘 노래 부르고, 장마 사이 햇볕은 오소소 빛나고, 미자씨와 나의 휴식은 끝없이 이어진다.

넓다랗게 펼친 돗자리 절반을 오지도 않는 머핀님 자리로 남겨 놓고, 둘이 다정하게 좁게 앉아 있는 우리 모습을 보고 헤헤헤 웃음을 터뜨렸다.

"습관은 힘이 세다."

대동문 지나 보국문, 미자씨 의견대로 대남문을 접고 하산하기로 결정, 보국문에서 산성 방향이 아니라 북한산 앞쪽인 정릉으로 방향을 처음으로 잡는다.

보국문에서 정릉으로 내려오는 계곡길은 고즈넉하고 호젓하며 한가롭고 다정하고 온유한 마력으로 우리를 당긴다.

충분한 휴식으로 완전 재충전한 우리는 녹색 이파리 위에 오소소 부서지는 7월의 햇볕을 즐기며 콸콸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열어 주기도 하며 마음과 몸을 완전히 무장해제 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길과 솔샘길이 나뉘는 탐방 지원센터에 도착, 지지난 목요일 빗속에서 함께 걸었던 노란우비, 파란우비, 하얀우비를 떠올린다.

버스로 경복궁역으로 이동하여 미자씨는 종로3가에서 나는 을지로3가에서 환승하여 귀환한다.

  언제나 꽈배기쌍알 코스는 도전하나......

세월이 좀 먹지 않으니 천천히 도전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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