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한라산 등반(1) : 성판악에서

꿈꾸는 식물 2013. 5. 19. 22:15

  5박 6일의 제주도 여행의 시작이다.(5월 9일 목요일)

5월 9일 목요일부터 5월 14일 화요일까지 5박 6일, 오전 6시 55분 비행기로 김포 출발하여 오후 8시 50분 제주 출발 비행기이니 완벽하게 채우고 채운 여행이다.

여행 계획은 아주 단순 명료하다.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한라산 등반, 나머지 날들은 힘이 닿을 때까지 제주 올레를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제주 공항에 8시 도착, 시내버스로 제주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 성판악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9시부터 성판악에서 한라산에 들었다.

5시에 관음사로 한라산에서 나오니 8시간 동안의 산행이었다.

  늘 그렇듯이 성판악은 아수라 속세를 방불케 복잡하고 요란하다.

전국 곳곳에서 밀려온 수학여행단과 남한 최고봉이라는 명성 때문에 그냥 찍고라도 가려는 국내 관광객들, 일본과 중국 관광객으로 여전히 아수라장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숙소에 들리지 않고 직접 한라산으로 향했기 때문에 무거운 베낭을 종일 질머지고 다녀서 머핀님은 어깨의 통증으로 조금 버거워 하셨다.

한라산에서 사라오름까지는 제주 올레의 여느 길을 걷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나지막한 평지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초록잎을 가진, 노란 연두빛과 진한 연두빛, 부드러운 초록과 강한 초록, 노르스름한 녹색과 연두빛 녹색의 이파리가 아름다운 굴거리와의 만남.

초록빛의 다양한 스팩트럼을 보여주는 굴거리를 보며 우리는 몸과 마음와 눈까지 모두 빼앗겼다.

진달래 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연분홍 진달래 물결이다.

좌우로 늘어선 진달래의 사열을 받으며 올라가니 이제는 구상나무가 기다린다.

붉은 열매를 매단 구상나무, 제주의 바람에 시달려 모두 한방향으로 도열해 있다.

구상나무와 어울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과 함께 안개가 서서히 몰려오며 바람과 함께 추위가 밀려온다.

장갑에 퍼프와 두꺼운 고어텍스를 따로 준비했지만 한라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안개와 추위에 나는 늘 언제나 속수무책이다.

더구나 오후에 비까지 예고된 날씨답게 돌계단을 올라가는데 몸이 저절로 오른쪽으로 날아갈듯이 밀려 가고, 이를 두드려 떨며 시린 손을 움켜 잡는다. 

한라산 정상에는 더욱 강한 안개와 바람뿐, 백록담은 안개에 싸여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인증샷 몇 장 찍고 쫓기듯이 관음사로 방향을 잡고 서둘러 하산한다.

구상나무와 주목의 군락지를 지나니 날은 다시 따뜻해진다.

한라산의 한쪽 벽(어느 쪽 벽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니......)을 바라보며 연두빛에 감탄하고 에메랄드빛 하늘에 경탄하고 연두빛 진달래에 찬탄하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관음사로 이어지는 길고 긴 하산길은 연두빛 세상이다.

연두빛 세상에 취해 하늘이 살짝 내려주는 연두빛 비를 맞으며 간다.

연두빛 이파리에 연두빛 비를 맞으며 우리들 마음도 부드러운 연두빛으로 무장 해제가 된다.

  버스길까지 택시로 이동, 바로 온 버스에 오르니 우연히 아침에 탔던 그 버스이다.

버스에서 잘못 내려 동문로터리에서 올레시장까지 한 걸음이 새롭기만 한데 베낭 매고 걸어가야만 했다.

밤눈 어두워 조금 헤매이다가 무사히 숙소인 민중각에 도착했다.

나를 두고 어깨며 무릎이 불편한 머핀님이 혼자 시장에 가셔서 떠온 횟감에 맥주 마시며 비오는 제주의 첫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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