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날씨가 좋았는데, 토요일은 삼다도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바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주며 끝없이 바람이 불고 또 불었다.
결국 바람으로 인해 골프가 취소 되어, 차로 사려니 숲길을 잠깐 찍고, 제주 5일장을 거쳐, 이중섭 미술관을 거쳐, 성산 일출봉을 눈으로 올라가고, 시장 구경을 하고, 제주 중간산 지대를 드라이브 하며, 아침 먹고 삼보승차, 점심 먹고 삼보승차, 저녁 먹고 삼보승차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걷는 것보다 훨씬 피곤하다.
일요일에도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돈내코를 가기 위하여 골프 라운딩 시간 전에 틈을 내어 영실까지 달렸는데 아무도 탐방을 하지 않아 걱정 많은 주선씨 때문에 그냥 접고, 시간에 쫓겨 길거리에 우리를 내려 놓고 주선씨는 골프장으로 떠났다.
선배 언니와 나는 이제 똑똑하게 버스로 이동, 금요일에 걷기를 마친 올레길 19 코스를 찾아 바람 속으로 떠났다.
그리고 20코스 전반부까기 걸었다.
비는 그리 심하게 내리지 않는데 바람이 정신 없이 넋을 뺄 것처럼 불어 온다.
바람을 맞으며 걷고 걸으며 조금 울었었나, 아님 많이 쓸쓸했나, 아님 많이 울었었나.
바람 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많은 것을 날려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날려 보내야겠다는 그 마음 때문에 제대로 날려 보낼 수 없었다.
봄인듯 피어 있는 이름 모르는 꽃들, 여름인듯 연두빛을 뽐내는 밭의 채소들, 가을인듯 온갖 빛으로 익어가는 열매들의 향연, 겨울인듯 불어대는 바람 소리.
이 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언제인지, 나는 누구인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꿈꾸며 무엇을 소망하는지, 모든 것이 미망일 뿐.
바람은 이런 내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해 준다.
모든 것이 지나 가리니, 이 또한 지나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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