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나리의 계절이다.
응봉산 개나리를 넣어 가장 아름답고 보람 있는 걷기를 위한 연구를 며칠 동안 하였다.
결국 벚꽃을 넣는 구간은 꽃샘 추위 때문에 다음 주로 미루고 도심 등산로를 지나 청계천을 걷는 구간으로 동선을 잡았다.
9시 강변역에서 만나 한강을 따라 서울 숲 생태 통로 지나 우여곡절 끝에 응봉산 찍고 독서당 공원 지나 금오산, 매봉산 거쳐 버티고개 생태 통로 통과하여 서울 성곽 지나 광희문 거쳐 청계천 진입, 버들다리 근처에서 늦은 점심 먹고, 다시 청계천 진입하여 중랑천 방향으로 걸어 용답역에서 꽃놀이를 마쳤다.
점심 시간을 제외한 걷기 시간은 6시간 50분 동안 24km를 걸었다.(4월 12일 금요일)
강변역 - 뚝섬 한강 시민 공원 - 서울 숲 - 응봉산 - 독서당공원 - 금오산 - 매봉산 - 버티고개 생태 통로 - 서울 성곽( 반얀 트리 서울 스파 클럽 뒷길) - 광희문 - 청계천 오간수교(광화문 쪽으로) - 청계천 버들 다리 - 청계천 오간수교 (중랑천 쪽으로)- 맑은내다리 - 다산교 - 영도교 - 황학교 - 비우당교 - 무학교 - 두물다리 - 고산자교 - 용답역(2호선 지선)
예상했던 대로 강변역에서 뚝섬 한강 시민까지 길은 온통 노오란 개나리 세상이었다.
지난 주 머핀님 댁에 갈 때 붉은 얼굴로 만났던 벚꽃은 이제 하이얀 팝콘을 주렁주렁 매달고, 노오란 산수유와 샛노란 개나리의 노랑은 이제 노랑이 지쳐 연두빛으로 나아가고, 보랏빛 제비꽃과 파란 별꽃(작명자는 물론 나)은 보랏빛 향기와 파르스름한 내음을 진하게 내뿜으며 이미자님과 머핀님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은 끝없이 맑고 투명하고, 모처럼 공기도 온화하고 부드럽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한강 물결을 살짝 흔들며 투명하게 멀리 멀리 사라진다.
서울 숲 생태 통로에서 바라보는 응봉산은 온통 노란 노오란 개나리 세상이다.
꽃사슴 사육장에는 연두빛 수양 버들이 축축 늘어져 사슴 우리의 연못을 온통 초록빛 물결로 만들고, 약간은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빛이 좋은듯 사슴 가족은 모두 모여 모여 앉아 푸짐한 봄빛을 넉넉히 즐기고, 붉은 얼굴의 벚꽃은 다음 주에는 팝콘을 한아름 튀겨 놓겠다며 우리를 유혹한다.
용비교 공사로 보행로가 임시로 없어졌기에 용비교에 바짝 붙어 옛날 길로 걸어 어렵게 응봉산에 도착했다.
응봉산은 개나리 축제로 방방 떠서 조금은 상기된 모습으로 개나리까지 약간의 붉은빛으로 우리를 맞는다.
응봉산에서 바라보는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강변북로의 교차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빛, 초록빛이 진해지는 서울 숲 정경은 서울의 아름다움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개나리 축제장에서 부침개 하나 먹어 치우고 독서당 공원을 향하여 간다.
노오란 산수유, 하얀 조팝꽃, 그리고 막 피어나는 벚꽃이 모두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
금오산은 금오산 벚꽃 축제 준비로 모든 벚나무가 가지 가득 붉은 전구를 온통 켜놓고 카운터 다운을 기다리고 있다.
붉은 전구, 약간 흰빛이 도는 전구. 팝콘이 되어버린 성급한 전구로 모든 벚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서울에 올라와 신혼을 보냈던 옥수동 뒷산 매봉산에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며 이미자님은 감탄 또 감탄을 아끼지 않으신다.
활짝 웃음꽃이 핀 이미자님의 얼굴빛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매봉산에서 얼마 전에 만들어진 버티고개 생태 통로를 처음으로 지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열어 주신 모든 분에게 축복을.
왼쪽에 남산, 오른쪽에는 우리가 지나온 금오산, 앞에는 그리운 북한산을 보며 우리는 서울 성곽을 걸어 광희문 지나 청계천 오간수교에 닿는다.
버들다리에서 발목이 아파 오전 걷기에 참석하지 못한 미영이와 만났다.
청계천을 그렇게 많이 걸어 다녔는데 다리 위로는 올라오지 않아서 이 버들다리가 전태일 다리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보며 그가 꿈꾼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미영이까지 합류해서 머핀님이 강추한 '닭 한 마리'에 가서 닭 두 마리에 감자 사리를 두 개씩 추가하여 김치를 억수로 넣어 늦은 점심을 이성을 잃고 먹었다.
다시 버들다리에서 중랑천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여 6km를 더 걸었다.
노오란 개나리와 연두빛으로 오소소 피어나는 어린 잎, 이제 막 팝콘으로 터지기 시작하는 분홍빛 벚꽃, 어머니 마른 손같은 하이얀 조팝꽃, 모여 모여서 날개를 말리고 있는 오리 가족들, 멀리 고향을 떠난 그리움으로 노랗게 피어난 지리산 산수유를 바라보며 마음껏 눈의 호사를 만끽했다.
담양의 대나무와 하동의 매화를 만난 즐거움과 기쁨에 우리는 마냥 행복했다.
벚꽃이 분홍빛 꽃구름이라면 매화는 정결한 새털구름, 벚꽃이 농염한 여인네라면 매화는 단아한 여인네, 벚꽃이 샤방샤방 춤추는 무희라면 매화는 고개 들고 앞만 바라보며 반듯하게 걸어가는 모델일까?
담벽에 남아 있는 담쟁이의 자취가 과거의 기억과 추억이라면, 담벽을 새롭게 오르기 시작하는 담쟁이의 연두는 미래의 꿈과 바람일까?
조금 더 진행해서 청계천과 중랑천 합수 지점까지 걸어 송정동 둑방길 개나리를 만나고 싶은 욕심은 이제 접는다.
이미자님과 머핀님은 갈 길이 멀고 미영이는 발목이 시원찮다.
아름다운 봄날, 이 화려한 4월 여러 길동무들과 개나리 꽃놀이를 할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올해도 놓치지 않고 이 꽃동산을 걸을 수 있어서 난 아직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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