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걸어서 목동까지

꿈꾸는 식물 2013. 4. 9. 02:36

  지난 가을 머핀님 댁에 가기 위하여 당산까지 2호선을 타고 9호선으로 환승하여 신목동까지 가면서 한번은 이 길을 걸어 보려니 생각을 했었다.

혼자 머핀님 댁에서 나와 방향을 잘못 잡아 한강 따라 여의도로 간다는 것이 안양천 따라 끝없이 걷다가 1호선 구일역에서 돌아오기도 했고, 머핀님과는 한강 따라 여의도까지 걸어 노량진에서 슬픈(?) 치맥을 먹고 머핀님 보내고 여의나루까지 걸어 보기도 했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강북 한강을 따라 아래로 아래도 걷다가 양화대교에서 도강하여 머핀님 댁에 가보기로 했다.

10분에 1km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고 집을 나섰다.

결국 우리 집 아파트 앞에서 시작, 머핀님 댁 아파트 앞까지 치열하게 걸어 5시간 5분31km를 걸어냈다.(4월 5일 금요일)

집에서 9시에 출발하여 머핀님 댁에 2시 5분에 안착했으니 이를 악물고 독하게 걸었다.

  올림픽대교를 건너 한강 시민공원으로 진입하는데 붉은 방울을 잔뜩 매달고 있는 벚나무와 하이얀 목련이 내 눈을 사로 잡는다.

붉은 전구를 잔뜩 매달고 반짝반짝 하얀 팝콘처럼 터질 그 날을 꿈꾸는 벚나무 꽃망울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여기저기 산으로 돌아다닌 덕분에 이렇게 봄이 내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정녕 알지 못했다.

한강은 온통 노오란 병아리 세상이다.

노오란 병아리 개나리가 나폴나폴 한들한들, 붉은 전구를 매달은 벚나무, 하얀 꽃망울이 금방 터질 것 같은 목련, 그리고 연두빛 꽃보다 더 고운 잎을 자랑하는 4월의 물 오르는 나무들이 내 눈과 발을 사로 잡는다.

다음 금요일에 함께 걷기로 약속한 응봉산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온 산이 노오란 물감을 물고 있다.

잠수교를 지나 동작대교를 지나 한강대교로 향하는 고즈넉한 한강 시민공원은 봄맞이 경작 준비가 되어 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지난 가을 갈대밭을 지나며 보드라운 흙길에 절로 신발을 벗고 싶어진다.

시민 공원 대부분 밭들이 뭔가를 받아 들이기 위하여 곱게 곱게 밭갈이가 다 끝나 있다.

몇 년 전 아들을 보기 위하여 금요일이면 강변북로를 달려 한강대교로 도강을 했다.

아니 그보다 더 몇 년 전 '비밀을 품은 당신'이어서 '영원히 오지 못할' 훈이를 만나기 위하여 강변북로를 금요일에 거의 2년 동안 달린 적이 있었다.

아, 얼마나 시간이 많이 지나야 눈물없이 그 때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 얼마나 시간이 많이 지나야 담담하게 그 때를 기억할 수 있을까?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한강철교를 지나 밋밋한 원효대교를 지나며 반대쪽 여의도를 바라본다.

63빌딩은 여전히 내게은 여의도의 랜드마크이다.

마포대교와 붉은 구조물의 서강대교 찍고, 절두산 성지를 바라본다.

절두산 성지에서 촛불 밝히며 몇 번의 계절을 보냈는가?

오늘 아침 아들 아이에게 엄마 인생의 아킬레스건이 아들이라고 이야기하자 눈이 동그래진다.

아들 아이가 언제부터 내 인생의 업이 되었으며, 언제부터 상처로 느끼게 되었으며, 언제부터 아킬레스건이 되었을까?

당산철교 지나 드디어 반듯하게 펴진 하얀 구조물의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를 거쳐 도강을 한다.

양화대교를 건너며 바라보는 한강은 유난히 그 폭이 넓고 길게 느껴진다.

이제 걷기도 거의 끝에 닿은 듯 조금씩 내 발의 무게를 느낀다. 

머핀님과 걸었던 길을 반대로 성산대교를 보며 걷다가 안양천 방향으로 길을 잡아 신목동으로 들어선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10분 에 1km는 나에게도 조금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나는 치열하고 뜨겁게 온 마음으로 5시간 동안 걸어냈다.

무언가를 마음 먹고, 그 마음 먹는 대로 해 낸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법.

이제 조금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연습을 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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