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삼목회 행사로 독바위역에서 응봉능선까지 5시간 동안 8km 걸었고, 금요일 5시간 40분 동안 잠실대교에서 팔당대교까지 21km를 걸었다.
오늘 토요일 슬슬 꾀가 나는데 주선씨와 소정이가 산에 가자며 나를 충동질한다.
남한산성 장경사에 파킹하고 시계 방향으로 돌아 동문, 남문, 서문, 북문 거쳐 장경사까지 약 8km를 3시간 16분에 걸었다.(2월 23일 토요일)
옛날에 썼던 일자 아이젠을 찾으려다 못 찾고, 주선씨와 내 아이젠 두 켤레와 스틱을 가지고 갔는데, 아이젠 없이는 일주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소정이에게 아이젠 한 켤레를 다 채우고, 주선씨와 나는 한 짝씩 차고 스틱을 사용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 어학 연수를 다녀온 탓에 소정이는 올 겨울 정취를 느낄 수가 없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남한산성의 눈과 얼음판으로 겨울을 느낄 기회가 되었다며 즐거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동문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에 소정이의 거친 숨소리는 증기 기관차를 닮아 가고, 남한산성 성곽을 부여 잡고 가뿐 숨을 내뿜는다.
오늘은 주선씨가 뜻밖에도 조금 가볍다.
하늘은 시리도록 투명하고, 아직도 하얀 눈길은 포근하게 깔려 있고, 성곽을 지키는 소나무는 저 홀로 푸르름을 자랑한다.
투명한 하늘, 진녹색의 소나무, 하이얀 눈길,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수가 지났는데도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해 준다.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생각한다.
하남 검단산에서 시작한 연봉이 용마산 지나 청랑산, 성남 검단산 거쳐 영장산, 불곡산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올 봄에는 꼬옥 머핀님과 태재고개에서 멈춰 버린 종주를 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작년에 몇 번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미완의 종주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은 바쁘다.
가야 할 길, 가고 싶은 길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삶에 대한 바람과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리라.
삶에 대한 긍정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다는 의미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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