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일하고, 목요일 머핀님 만나고 20km 걸어서 돌아오고, 금요일 산에 가고, 토요일과 일요일 가운데 하루는 시험 대비 보충하고, 남은 하루는 또 걷고, 또 다른 주가 새롭게 시작되고......
이렇게 한 달을 지내니 블로그에 올리지 못한 걷기 기록은 몇 개씩 쌓여 가고, 읽지 못한 책들도 쌓여 가고, 드디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다.
지난 남한강 걷기(남한강대교 - 중앙탑)부터 올리지 못한 걷기 기록이 다섯 개나 되는데 1박 2일로 또 문경새재를 걷고, 백가흠의 '나프탈렌' 김중혁의 '요요' 등 밀린 책이 다섯 권을 넘어선다.
지난 9월 20일 광남 3학년에서 시작된 시험이 11월 1일까지 긴 여름 장마처럼 지리멸렬 이어지니 모든 것이 피폐하다.
변명 아닌 핑계를 길게 늘어 놓는 이유는 날짜 무시하고 대강 기분 내키는 대로 입체적 구성을 하고, 어떤 걷기는 과감하게 삭제해 버리겠다는 깊은 저의이다.
첫날(10월 20일 토요일) : 충주 중앙탑 - 탄금대 - 충렬사 - 수주팔봉 - 수안보 (9시간 20분 37km)
둘째 날(10월 21일 일요일) : 수안보 - 소조령 - 문경새재 - 이화령 - 문경읍 (7시간 50분 28km)
충주 터미널에서 큰언니와 심재숙님을 토요일 오전 8시 50분에 만나 중앙탑으로 택시로 이동, 탄금대를 향하여 안개 자육한 길을 따라 걷는다.
중앙탑까지 오는 길은 조정지댐을 건너지 않고 이쪽을 선택한 것이 다행인 듯 했는데, 중앙탑부터 탄금교까지는 커다란 덤프트럭의 속도와 무게 때문에 힘이 들었다.
조정지댐을 건너서 목행교 건너 충주댐 쪽이 아닌 탄금대 족으로 강변길을 걷는 것이 나을 듯 느껴진다.
지난 겨울 주선씨와 함께 왔던 탄금대에서 바라본 물빛은 여전히 아름다운데, 공원 전체가 공사 중으로 조금은 산만하다.
세계 무술 공원에서 천변쪽으로 방향을 잡을까 했지만, 걷다가 길이 끊어지면 다시 되돌아 걷는 불상사가 저어되어 대로변으로 길을 선택해서 충렬사로 향한다.
도로변에는 '충주 사과'를 떠올리는 붉은 사과들이 '일등' '교육대계' '사랑' 등의 이름을 달고 익어가고, 넓은 들판에는 벼들이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를 뿜어내며 노랗게 익어가고, 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쑥부쟁이 노란 감국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정갈한 충렬사에서 달래천을 따라 걷는 충주 풍경길 4구간 달래길을 거꾸로 걷는다.
풍경길은 옛길 박물관부터 충렬사까지 새재길, 소조령길, 마당바우길, 달래길 네 구간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달래길에서 새재길로 걸었다.
정암사 삼초대에서 점심을 먹고, 아름다운 수주팔봉을 지난다.
콤바인으로 추수를 하는 광경은 볼수록 신기하다.
콤바인이 지날 때마다 반듯하게 텅 빈 들판이 드러나고, 몇 번을 왕복하면 들판의 그 노오란 벼들은 모두 사라진다.
아주 커다란 가마니에 콤바인을 대고 있으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벼 이삭은 가마니로 떨어지고 낟가리는 다른 족으로 떨어져 쌓인다.
그 낟가리를 돌돌돌 몰아서 둥글게 만들고 비닐을 이용하여 노적봉(?) 만드는 과정은 거의 예술이다.
풍경길은 제주 올레길을 벤처마킹한 듯 마을 안길을 이용하여 트레킹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이사이 자전거길과 갈라지는 부분에서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길에서 만난 자전거를 타신 도사님는 온갖 산과 자전거길을 몇 번씩 종주하셨다며 신체 나이는 71년생이라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수안보를 향해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수안보에 먼저 도착하신 아타님께 숙소 예약을 부탁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길을 걷는다.
걷다가 기다리고 또 걷다가 기다리고를 반복했다.
함께 걸으면 뒤에 오는 사람들이 같이 늘어지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수안보를 온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수안보 입구의 한화 콘도를 보니 2003년 겨울에 가족 모임을 한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눈물없이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아련한, 그러나 지금도 영원에 대한 그리움을 믿을 수밖에 없는......
유스호스텔을 지나고도 한참을 걸어 드디어 수안보 중심에 들어간다.
아타님과 반가운 조우, 그리고 식사, 두 분은 스파에 가시고,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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