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북한산을 다녀 와서 가볍게 동네를 걸었다.
화분 물받이를 사기 위하여 올림픽아파트 뒤 하남 IC 근처 꽃집까지 걸었다가 다시 잠실 롯데를 들려 아들 AS 맡긴 옷을 찾기 위하여 11시에 집에서 나섰다.
잠실 철교를 지나 한강과 성내천이 만나는 합수 지점을 찍고, 올림픽공원을 거쳐 올림픽아파트로 진입, 성내천 따라 마천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감미천으로 나가 꽃집에 들렀다.
화분 물받이를 베낭에 넣고 오던 길을 돌아 올림픽공원으로 진입, 한성박물관과 소마 미술관 쪽으로 걸어 롯데 잠실까지 걸었다.
비도 내리고 시간도 많이 지나 집에 올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였다.
마이 코치는 2시간 45분 동안 14km를 걸었다고 이야기한다.(11월 4일 일요일)
멀리 있는 오대산과 북한산으로 돌아 다니는 동안 우리 동네의 가을은 깊고 깊어가 이제 만추를 지나 초겨울에의 예감으로 저물어 간다.
서울숲에서 어린이대공원 워커힐로 이어지는 우리 동네의 가을도 채 즐기지 못 했는데, 올림픽공원의 가을은 절정을 지나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한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이제 천지의 가을은 모두 사라지고 말아,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나니......
단풍잎은 절정이 지나 이제 하강을 향하여 말라 시들고, 그 푸르름을 자랑하던 칠엽수는 이제 노오랗게 물들어 가며 푸르름을 탈색하고, 화살나무의 그 경탄에 마지 않던 붉음은 이제 시들어 버리고, 갈대는 그 보랏빛을 흰빛으로 바꾸어 가을 햇빛에 애잔하게 흔들리고, 은행나무는 깜짝 놀랄 만큼 노오란 옷으로 갈아 입고, 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벚나무의 와인빛 잎들은 찬란한 계절을 연출한다.
채 미련이 있어 아직도 남아 있는 코스모스와 감국,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스쳐 지나가는 발길을 잡는다.
비를 느끼는 날씨 때문인지 마른 풀내음이 마음에 닿는다.
지난 송파 소리길을 걸을 때 만났던 담쟁이 열매는 이제 까맣게 익어 붉게 물든 담쟁이에 매달려 있고, 노오란 꽃으로 맨 처음 수줍게 봄을 알리던 산수유는 붉은 열매를 주저리주저리 매달고 하얗게 눈 내릴 때 붉은 빛을 더 많이 뿜어 내기 위하여 마지막 가을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다.
몇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고은의 '열매 몇 개'라는 시를 떠올려 냈다.
땡볕, 불볕, 어둠, 귀뚜라미 울음 소리는 열매의 성숙을 위한 지난한 몸짓으로 서정주의 소쩍새, 천둥, 무서리, 불면과 똑같은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믈론 시린 귀뚜라미 울음 소리는 공감각적 표현으로 은빛 비린내, 푸른 종소리, 목이 긴 메아리가 있으며, 시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 되었다.
혼자 열심히 분석하다가 직업병을 떠올리며 웃고 말았다.
이렇게 가을 하루가 간다.
열매 몇 개
고은
지난 여름내
땡볕 불볕 놀아 밤에는 어둠 놀아
여기 새빨간 찔레 열매 몇 개 이룩함이여.
옳거니! 새벽까지 시린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으며 여물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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