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들킨벽

꿈꾸는 식물 2012. 11. 3. 23:53

  지난 9월 13일 삼목회에서 산산님을 뵙고 한 달 반이 훌쩍 지난 오늘 드디어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뜨겁게 만났다.

그동안 산산님은 스위스 여행에 다녀 오셨고, 횡성 텃밭에서 고구마도 캐시고, 십 년 이상을 반려동물로 살아온 남겨진 강아지 한 마리를 또 떠나 버리셨다.

그동안 머핀님과 나도 크고 작은 일을 경험했고, 아직 산산님께는 많이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자랄 수 있었다.

머핀님과 숨은벽에서 백운대로 넘어가는 코스를 실패하고, 아띠산악회는 숨은벽에서 사기막골 거쳐 밤골로 하산하는 바람에 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 마침내 효자비에서 숨은벽 거쳐 백운대를 오르고, 용암문과 대동문 지나 중성문으로 하산, 숨은벽이 마침내 들킨벽이 되었다.

마이 코치에 따르면 6시간 30분 동안 11.5km를 걸었단다.(11월 2일 금요일)

  9시에 구파발에서 만나 704번 버스를 타고 머핀님과 하차했던 효자 2통이 아니라 아띠산악회가 택했던 효자비에서 하차 백운대를 향하여 올랐다.

계곡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절정을 지난 단풍잎은 가지에 매달려 말라 가거나 낙엽으로 구르고, 떡깔나무와 다른 나무들은 노란빛과 갈색빛으로 가을 풍광을 연출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겨울빛 바람은 11월을 연상 시키고,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산산님의 모습은 머핀님을 떠올리게 한다.

효자비에서 백운대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길을 오른쪽으로 잡는 바람에 숨은벽 능선을 조금 지나친 쪽에서 다시 뒷쪽으로 돌아가 숨은벽 시작점을 조우한다.

다음에는 효자 2통에서 시작하여 밤골 방향에서 머핀님과 걸었던 식으로 걸어야겠다고, 그때도 능선의 첫 부분은 조금 놓치고 뒤로 시작점을 보았다.

숨은벽은 여전히 그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며 그날처럼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며 백운대도 태극기 휘날리며 하얀 뼈를 그대로 내보인다.

흙산을 육산, 바위산을 골산이라 산악인들이 이름 지었는지 알 것 같다.

등반학교 출신인 산산님의 숨은벽에 관한 경험담을 부러워 하면 지는 것인데, 너무 부러워서 황홀하게 듣고, 그 뒤로 보이는 바위산이 설교벽이라는 정보도 얻었다.

숨은벽보다 더 오르기 어려운 코스라는 말씀도 이어진다.

숨은벽에 잠깐 올라 손을 가만히 대어 보시는 산산님, 자일과 리찌가 그립냐는 내 질문에 원없이 여한없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리움은 없다는 산산님 말씀을 들으며 나는 무엇을 원없이 여한없이 했나 잠깐 생각에 잠긴다.

머핀님 말대로 숨은벽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있고, 그 길이 밤골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과 만나, 한쪽은 밤골로(2.7km) 한쪽은 백운대로(0.8km)로 이어진다.

가파른 너덜길이 백운대로 향하고, 왼쪽은 숨은벽 능선이 계속 이어지는데, 숨은벽에는 벌써 기다란 고드름이 몇 개씩 매달려 그 하이얀 자태를 햇빛에 반짝인다.

팔봉산의 해산굴 같은 좁은 벽을 통과하니 숨은벽에서 백운대로 자일로 건너는 길을 볼 수 있었다.

손톱 하나 댈 수 있으면 길이 된다는 산산님의 설명을 들으며 왼쪽을 보니 늘 윗부분만 보았던 인수봉이 아랫 부분까지 내보이며 거대하게 내 앞에 있다.

바위와 바위가 이어지는 골 양쪽을 두 발과 두 손을 대고 이동하자는 산산님의 말씀에 '오늘은 생일이어서 조심 할래요'라며 돌아 내려오니 왜 이렇게 몸을 사리냐는 내가 머핀님께 했던 이야기를 하신다.

산산님께 죄송 또 죄송하다.

드디어 백운대, 머핀님과 백운대 찍고 밤골로 내려갈 때 정식 등산로가 아닌 길로 내려오며 뭔가 길을 놓친 듯 하다고 머핀님이 이야기 했는데, 그 길이 바로 인수봉 못 미쳐 숨은벽 방향으로 왼쪽으로 올라야만 했다.

조금씩 조금씩 퍼즐 조각처럼 북한산을 한 부분씩 맞추어 가는 기쁨은 환희와 경탄이다.

백운대 거쳐 위문 지나 용암문 지나 대동문 못 미쳐 하산길로 접어 든다.

넋 잃고 내려오니 고즈넉한 중성문이 우리를 기다린다.

  녹음이 창창했던 그 길을 셋이 함께 걸어 내려 오며 끝없는 이야기와 웃음에 즐거웠는데,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산산님과 둘이서 그 길을 내려온다.

입욕이 아닌 입수를 했던 그 계곡에 잠깐 손을 담그고 가볍게 얼굴에 물을 끼얹어 본다.

그날 우리의 모습은 우리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 되어,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주리라.       

아름다운 북한산의 가을날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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