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아, 숨은벽!

꿈꾸는 식물 2012. 10. 8. 15:05

  오랜만에 삼목회 카테고리를 열어 보았다.

머핀님과 '삼각산을 목요일에'라는 삼목회를 만들고, 산산님을 가끔 모시고 주로 우리 둘이서 삼각산을 오늘까지 열 번 다녀 왔다.

일요일 마라톤을 뛰는 머핀님과 가볍게 다녀 올 곳으로 우리가 선택한 곳은 밤골에서 숨은벽 거쳐 백운대 찍고 하산하는 코스.

구파발역에서 8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머핀님과  우연히 같은 지하철에서 하차, 나란히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다.

지난 밤 머핀님 꿈에 우리 나라도 아닌 외국에 머핀님과 함께 간 내가 머핀님을 버리고 가버렸다는 원망 아닌 원망을 들어야만 했다.

'버리고 가서 미안해요'라며 사과 아닌 사과를 하며 젊은 예비군들로 분비는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 2통에 내렸다.

국사당으로 들어가  밤골 탐방지원센터에서 밤골, 사기막골 표지인 왼쪽으로 이동, 드디어 처음으로 숨은벽을 만나러 간다.

머핀님은 남편이랑 때로는 지인이랑 몇 번 오셨다는데 처음인 나는 '숨은벽'이라는 이름이 주는 비밀스러움과 신비로움 때문에 공연히 마음이 설레고 조금은 들뜬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7시간 50분 동안 11km를 걸었다.(9월 20일 목요일)

  그 날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밤골에서 사기막골로 붙은 산길로, 밤골에서 오르는 계곡길보다 훨씬 안전하고 빠르게 숨은벽 앞에 이를 수 있었다.

북한산 둘레길 효자길에서 충의길 방향으로 약간 나아가다가 백운대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 해골바위를 조금 지나쳐 숨은벽에 마주한 시간은 10시 7분, 그러니까 약 한 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숨은벽을 만났다.

돌에 낀 초록빛 이끼에 머핀님이 감탄하고,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에 머핀님이 경탄하며, 산에 비친 구름 그림자를 느끼고, 산에 비친 다른 봉우리의 그림자에 경이를 표하며 가볍게 오른다.  

숨은벽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웅장한 모습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었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가려 북한산 앞쪽에서는 볼 수 없다는, 그래서 숨은벽으로 불리우는 그 장엄한 바위가 내 앞에 담대하고 당당하게 있다.

머핀님과 인증샷을 찍고, 해골바위 바라보고 물개바위 지나 숨은벽 앞까지 나아갔다.

평일이고,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등산객들도 거의 만날 수 없다.

머핀님에 따르면 숨은벽 앞에서 늘 오른쪽으로 돌아 백운대로 가는데 높이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우리 스타일로 희미한 길이 남아 있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 앞으로 나가면 백운대로 갈 수 있으리라.

숨은벽 왼쪽으로 도는 길이 점점 아래로 향하는 듯, 우리는 과감하게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 결국 북한산의 완전한 앞면이 아닌 옆면으로 살짝 돌았다.

왼쪽으로 오봉과 도봉산을 하염없이 그리고 끝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오른쪽으로 보여야 할 백운대와 인수봉은 숨은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상장능선인지, 아니면 파랑새능선인지 아직도 그 이름을 잘 모르는 능선이 발 아래 펼쳐진다.

  12시 34분, 숨은벽을 마주한지 두 시간 반이 지난 시간, 나는 오봉과 도봉산의 자운봉을 눈물 어린 눈으로 지치도록 바라 보았다.

그리고 얼마 쯤의 시간이 흐른 뒤, 인수봉 앞을 지나 우이동 도선사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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