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우리 땅 걷기 번개로 팔당에서 오빈까지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 뒤 이런 저런 일로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불현듯 남한강의 부름을 들었나, 급 번개로 오빈에서 여주까지 걷기에 나선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7시간 18분에 31km를 걸었단다.(8월 25일 토요일)
큰언니와 작은 언니, 팬지님과 이헤리님, 수아님과 나, 이렇게 여섯 명이 오빈역에서 시작하여 양평 찍고, 이포보와 여주보를 거쳐 여주 터미널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지난 12월 세밑 어느 날, 산산님과 이혜리님, 머핀님과 네 명이서 걸었던 길을 여덟 달만에 다른 이들과 걷고 있다.
그 때는 남한강 자전거 도로가 막 완공된 직후라 길이 제대로 정비되지도 않았고, 많은 부분들이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도중에 길이 없어져 버려서 난감하기도 했고 자료나 지도도 충분하지 않았는데......
황량한 겨울 들판, 꽁꽁 얼어버린 한강,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만날 수도 없었는데......
길은 완전히 정비되어 헷갈릴 필요도 없고, 걷는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밖에 없지만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은 넘쳐나고, 며칠 전 비로 인해 녹차라떼라는 오명을 벗은 남한강은 도도하게 우당탕 흘러가고, 마지막 여름의 빛을 자랑하는 양 녹음은 끝없이 젊음을 빛낸다.
팔당에서 양평까지 폐철로를 복원한 길도 나름대로 맛이 있지만, 밋밋한 그 길보다 오늘 여주보까지 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른 듯하다.
오빈에서 여주보까지 14km 구간을 거의 단숨에 걸어 여주보를 바라보며 점심을 나누어 먹고, 이혜리님이 먼저 서울로 떠나시고, 나머지 일행은 여주보를 향하여 걸었다.
우주 정거장을 연상 시키는 동그란 원모양의 조형물과 더 넓은 곳을 향하여 떠나는 범선 모양의 이포보 탐방 지원센터를 뒤로 하고 여주보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강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라이더들을 위한 간단한 음식점 사이를 걷는가 하면, 강이 넘칠 때를 대비한 여주강변 저류지를 지나며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드디어 여주보, 작년 겨울 여주보에 보랏빛 네온이 들어올 때 도착한 우리는 다른 시설물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어두운 여주보에서 길을 일고 얼마나 난감했던가?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기사분의 도움으로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서 택시를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낮이 길어서인지 4시 20분 , 환한 대낮(?)에 여주보에 도착하여 조금 더 여주 터미널을 향하여 걸을 수 있는데, 나의 개인 일정으로 아쉽게 여기까지 일정을 접었다.
낚싯배 사고가 있어 많은 119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에 구경꾼들의 차량까지 여주보는 어수선하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낮게 저공 비행을 하며 여주보와 아래쪽 이포보를 선회한다.
콜택시를 기다리는 사이,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용달차를 재치있게 섭외하여 먼저 타고 여주터미널로 떠나시고, 우리가 타려는 택시가 오는 순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소나기.
그 소나기가 여주터미널 도착할 때까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진다.
여주보에서 길 걷기를 아쉬움에 접었었는데 아, 얼마나 다행인가?
다음은 여주에서 충주를 향하여 떠난다.
신륵사에서 탄금대까지 70km를 어떻게 걸을 것인가.
돌아오는 길, 다음 길 떠날 생각으로 마음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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