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북한산 14문 종주

꿈꾸는 식물 2012. 8. 25. 00:39

  머핀님과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9시에 만나 북한산성 탐방 지원센터로 이동했다.

다른 때는 매일 내가 늦었는데 시간이 30분 뒤로 늦춰져 여유로워 더 여유를 부리다가 머핀님이 조금 늦으셨다.

바람은 살랑살랑, 햇볕은 부드럽고 온유하게 무장 해제되어 반짝반짝, 공기는 초가을의 내음을 머금어 연한 갈색빛을 내보이고......

이 모든 것이 14문 종주를 위한 신의 계시인 양 우리는 마음껏 고무되어 대망의 14문 종주에 나선다.

9시 33분에 북한산 탐방 센터에 진입, 6시 50분에 나서기까지 9시간 30분 동안 약 19km를 걸었다.(8월 23일 목요일)

  지난 번에 혼자 종주할 때에는 수문과 중성문을 제외한 12문을 6시간 동안 16km를 걸었다.

원효능선으로 진입하여 주능선을 거쳐 의상능선으로 내려 오는 코스를 잡았는데, 오늘은 의상능선으로 진입하여 주능선 거쳐 원효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전에 못 찍었던 수문과 중성문을 확인하는 미션은 성공리에 완수할 수 있었다.

① 수문은 시구문과 대서문 사이에 있는 문으로 '수문'이라는 이름처럼 물을 내보내는 문이어서 계곡 위에 있었는데, 몇 년 전 폭우로 유실되어 아직 복원이 안 된 문이다.

북한산 탐방 지원센터에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등산로 옆 계곡에 있는데, 둘레교 옆으로 난 백운대 등산로를 향하여 가며 계곡에 눈을 주면 성벽이 남아 있는 부분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수문은 시구문에서 대서문으로 이어지는 계곡에 있었던 문으로, 시구문에서는 덕암사 표지를 따라 오면 만날 수 있다. 

② 수문터를 만난 기쁨을 안고 조금 더 백운대를 향한 계곡 옆 등산로로 오르노라면, 왼쪽에 조그마한 새로 만들어진 절이 있고, 오른쪽으로 절 역사를 위해 작업용 차량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 난 길이 있다.

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로 대서문이 보인다.

절 증축을 위한 차량을 위해 대서문에서 계곡까지 길을 만든 것으로, 굳이 재미없는 포장 도로를 따라 대서문까지 가지 않아도 좋아서 우리는 마냥 행복했다.

 ③ 대서문에서 포장 된 도로를 따라 무량사를 만나고 드디어 법용사, 법용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중성문이 우리를 기다린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U턴하여 다시 내려와 국녕사 방향으로 진행하여 가사당암문을 찍고 의상능선을 진행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많은 선배 산꾼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중성문 위로 올라가 의상능선 방향으로 난 산길을 용감하게 걷기 시작했다.

길은 너무 아름답고, 바람까지 서늘하게 불어와 행복과 만족감은 가슴에 충만했다.

가능한 오른쪽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의상능선과 만난 점은 의상봉과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을 바로 지난 지점이었다.

다시 돌아가 가사당암문 찍고 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진행하였다.

다음에는 여러 선배 산꾼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서 중성문 찍고 다시 돌아나와 국녕사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제대로 완주하고 그 다음에 다시 이 구간을 시도하리라 생각한다.

  의상능선의 부왕동 암문과 청수동 암문을 지나 대남문으로 가는 도중 문수봉을 만난다.

대남문에서 점심을 먹고, 대성문과 보국문 거쳐 대동문으로.

대동문 북문 사이의 암문인 용암문과 위문을 찍을 때는 동장대와 노적봉을 만날 수 있었다.

백운대 암문이라는 위문을 찍고 다시 돌아 내려와 북한산 탐방 지원센터로 하산, 벌써 시간은 4시 20분이다.

여기에서 14문 종주를 멈추고 낮에 먹지 못 했던 호박죽에 맥주 마시며 계곡에 발 담그기로 만장일치, 즐겁게 과일까지 꺼내 새참을 먹으며 발을 식혀 주었다.

그리고 마주친 원효봉 표지판, 북문까지 20분, 거기에서 원효봉까지 15분이란다.

맥주 한 잔에 피로가 완전 풀려 기운이 하늘가지 뻗친 우리는 원효봉을 향하여 난 돌계단을 쉬지도 않고 단숨에 올라 북문에 도착했다.

④ 이때 상원사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가면 바로 북문이 나온다는 머핀님 팁은 다음 종주 때 확인해 볼 예정이다.

북문에서 바라본 염초봉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원효봉에서 바라본 염초봉과 백운대는 얼마나 장엄한지 그 풍광이 가슴에 절절하다.  

염초봉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머핀님이 궁금해 한다.

염초봉은 북한산 여러 봉우리 가운데 한자를 알 수 없는 유일한 봉우리로, 영취봉(靈鷲峰)이 변해서 염초봉이 되었다는 설과 '염라대왕이 초대해서' 염초봉이 되었다는 설이 전해진단다. 조금 잘못하면 염라대왕의 초대를 받을 정도로 골산으로 거대한 바위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하늘과 멀리 보이는 한강과 서울 시가지는 그저 아득하다.

5시를 훌쩍 지난 시간인데도 구름이 새로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해지기 직전의 서울에 빠져 우리는 한참 원효봉에 머물렀다.

원효암을 거쳐 마지막 시구문을 반가움으로 만나고, 이제 세련되게 석굴암인 덕암사로 향한다.

덕암사로 향하는 길에는 계곡 물소리가 웅장하다.

대웅전이 석굴암인 덕암사를 찍고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너니 아침에 우리가 출발했던 바로 수문터와 조우한다.

이렇게 우리는 14문 종주를 하여 원점 회귀에 성공했다.(물론 훨씬 높게 오르며 애를 썼음에도 가사당암문은 옆으로 스쳤지만......)

  다음 주에는 조금 일찍 만나서 초반에 너무 여유 부리지 말고 부지런히 진행하고, 점심에 새참까지 챙겨 먹지 않으면 두 시간 이상은 단축 되리라 생각해 본다.

출발지를 의상 능선와 원효능선으로 바꿔 가며 몇 번 진행하면 우리 나름대로 선배 산꾼들의 길을 뛰어넘는 더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기대를 하며 오늘 걸었던 길을 지도를 보며 머리속으로 복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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