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다산길 5구간

꿈꾸는 식물 2012. 8. 15. 02:58

  다산길 5구간 걷기에 나선다.

운길산역에서 시작하여 일전에 주선씨랑 차로 갔던 피아노 폭포까지 구간으로 이름하여 문안산길이다.

다산길은 한강을 따라 걷는 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을 끼고 있다.

지난 주에 걸었던 13구간은 천마산을 끼고 있고, 오늘 걸을 5구간은 문안산을 끼고 있다.

산을 끼고 있다지만 산의 높이가 500m 안팎으로 오르락 내리락 작은 고개로 이어진 육산인 흙산이어서 마치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다.

산을 끼고 있는데다가,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탐방객을 전혀 볼 수 없어 오롯이 우리만의 다산길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하면 지나치게 이기적인가?

운길산역 근처에서 만났던 그 많은 탐방객들은 모두 운길산으로 떠나는 산꾼이고, 다산길을 향하여 걷는 사람들은 공대장과 큰언니, 그리고 규니모와 나밖에 없다.

종점인 피안노 폭포까지 다른 탐방객들은 한 사람도 볼 수 없었으니, 그 날 다산길 5구간은 오로지 우리 차지였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8시간 동안 20km를 걸었다.(8월 11일 토요일)

내가 실수로 마이코치를 누르지 않아 초반부 7km는 공대장의 GPS에 의한 것이다.

  제주 올레길을 본받아 길을 만들어 사이사이 마을길로 걸을 수 있어 옛날 우리 집 꽃밭에 있던 맨드라미, 일년생 백일홍, 칸나, 채송화, 해바라기, 함박꽃을 만날 수 있었다.

보랏빛 칡꽃이 만발하여 그 농엄한 향기를 내뿜고, 밤나무는 초록빛으로 가을을 향하여 밤송이를 키워 내고 있고, 능소화는 무언가를 감고 올라가는 줄기가 아닌 독립적인나무로 홀로 서기를 하며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사이사이 만나는 전원 주택을 비교하며 어설픈 귀농을 생각하고, 전원 주택을 보며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었다.

조금 오르는가 싶으면 바로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내리막이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바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뒤쪽으로는 두고온 운길산이 앞쪽으로는  걸어야 할 문안산을 비롯한 여러 산봉우리들이 보이고, 그 사잇길을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다.

문안산 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북한강의 녹조라떼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북한강이 녹조가 저 정도이면 더 하류인 양수리는 어떨까 생각하니 심란하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정녕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일까? 

   오전 9시에 만나 오후 5시 정도까지 점심 먹을 시간을 제외하고는 성실하게 길을 걸었으니 주선씨 말대로 대단한 체력인가?

큰언니가 가져 오신 찰밥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규니모와 함께 나눈 맥주가 얼마나 행복했던지, 운길산역에서 함께 먹었던 도토리묵과 미나리 부침개가 얼마나 감칠 맛이 있었는지......   

아름답고 평화롭고 한적한 그래서 조금은 외로운 길,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가 다시 오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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