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속초 여행 (2)

꿈꾸는 식물 2012. 4. 19. 00:58

  늦게 일어나 어슬렁 어슬렁 '사돈집'에서 곰치탕을 먹고 영랑호를 돌았다.

지난 해파랑길을 걸을 때 한바퀴 돌자는 선생님 말씀을 완전 무시하고 옆으로 살짝 스쳤던 영랑호를 이제 주선씨랑 걷고 있다.

우리 땅 도반들은 저 아랫쪽 평해에서 관동대로를 따라 위로 올라 오고 있는데, 나는 북쪽 속초를 걷고 있다.

도반들과 나와의 그 거리만큼 그리움과 소원함이 자리 잡고 있다.  

두시간 동안 느릿느릿 영랑호 한바퀴 7.5km를 돌았다.(4월 15일 일요일)

  설악의 연봉들은 만년설인 양 아직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지난 겨울의 치열함을 증명하는데, 영랑호 주변에는 연분홍 벚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며 봄의 부드러움을 증명하고 있다.

봄빛이 쏟아지는 곳은 벚꽃이 활짝, 봄빛이 약한 곳은 벚꽃이 살짝, 벌들은 이 꽃 저 꽃 사이를 윙윙대며 바쁘게 날아 다니고, 무어 바쁠 것도 없는 나는 정말 흐물흐물 걷고 있다.

눈을 멀리 들어 설악 한번 바라보고, 눈을 살짝 들어 벚꽃 한번 바라보고, 눈을 앞으로 영랑호 한번 바라보며, 아무런 사념도 없이, 아무 소망도 없이 무념무상 걸어 본다.

가끔씩 마주치는 '해파랑길' 표지가 철지난 바닷가의 조개껍질처럼, 이미 끝나 버린 옛사랑의 기억처럼, 차갑게 식어 버린 커피잔처럼 조금은 낯설고 난처하다.

  유명하다고 소문난 물회집 '봉포 머구리집'에서 바다 향기 가득한 물회를 대기표까지 타가며 먹었다.

주선씨랑 여행을 가면 늘 느끼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는 이번 여행에도 유효하다.

어제 '어부집'에서 싱싱한 자연산 회의 기억(광어, 우럭, 가자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다른 푸짐한 회의 향연)이 생생한데 또 다시 물회의 진수를 보여 주는 회가 가득한 물회로 입안에 바다를 품고 속초를 떠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 터널을 달려 속초를 떠나고 있다.

그대, 행복한가?

그대, 여전히 평화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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