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속초 여행 (1)

꿈꾸는 식물 2012. 4. 18. 11:38

  지난 3월 1일 산산님과 머핀님과 함께 다녀 왔던 주전골에 은회장님 부부와 주선씨와 같이 다시 다녀 오다.

그 때는 한겨울이었는데, 이제 남설악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여심폭포, 12폭포, 등선폭포를 이름으로만 들었는데 겨우내 쌓였던 눈과 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아서 만드는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때는 눈으로 뒤덮혀 있어 남설악의 바위길을 걷는다는 느낌도 없이 아이젠을 차고 쓱쓱 걸었는데, 남설악의 바위길 등산로가 그대로 드러난다.

등선대까지 구간은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고, 멀리 보이는 설악의 연봉들은 하얀 눈을 만년설인 양 안고 있고, 주전골과 흘림골의 그늘도 잔설이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어 지난 겨울의 치열함을 말해 주고 있다.

서울에서 늦게 출발하여 오색약수에서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해 조금 바르게 진행하여 3시간 50분10,23km를 걸었다.(4월 14일 토요일)

오색약수에서 택시로 이동, 흘림 5교에서 등선대 거쳐 오색약수로 돌아 왔다.

  온갖 폭포들이 연출해 내는 거대한 물소리는 장관이었다.

물빛은 푸르다 못해 진초록빛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흘러 내리는 물은 출발선에서 결승점을 향해 돌진하는 경주마처럼 온 힘을 다하여 아래로 아래로 쏟아지고, 위에서 아래로 녹아 흐르는 지난 겨울의 잔해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물줄기들이 모여 모여서 세차게 흐르고 있다.

만물상을 보여 주던 바위들도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새롭게 다가 온다.

바위를 파고 들어 그 바위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수줍게 자리 잡은 어린 소나무부터 마치 자신이 주인인 양 바위를 모두 차지하고 도도하고 기품 있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바위를 옹색하게 만들어 버린 노송까지 우리 인간이 다양하듯 그들도 그렇게 다양하다.

앞을 보며 걷다가 다시 뒤를 돌아 보고, 오른쪽 능선을 보고 걷다가 다시 왼쪽 계곡을 바라 보고......

  한 달 반 전에 내가 보았던 풍광과 너무 다른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가을에 만나는 주전골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 때 나는 어떤 모습, 어떤 생각으로 주전골 단풍 아래 서 있을까?

지난 3월의 나와 지금 4월의 나는 어떤가,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고, 어떤 마음의 무늬를 새기고 이렇게 다시 남설악에 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산다는 일의 지난(至難)함에, 산다는 일의 진지함에, 산다는 일의 엄숙함에 그냥 마음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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