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씨 부부 동반 모임인 이수회 여러분들과 관악산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작년 1월 혼자 걷기를 했고, 2월에 우리 땅 도반들과 번개를 했으니 근 일 년만에 관악산 둘레길을 찿는다.
물론 그동안 관악산에 오기도 했고, 지난 주 서울 시계 걷기 관악산 구간을 걸었으니 관악산 언저리는 낯설지 않지만 둘레길은 일 년만이고 여러분들을 모시고 가는 길이어서 살짝 긴장이 되었다.
9시 사당역 6번 출구에서 시작 생태 육교에 9시 10분 진입, 2시 10분에 관악산 둘레길 나와 신림동 순대타운까지 5시간 20분 동안 16km를 걸었다.(4월 1일 일요일)
사이에 약간의 착각은 있었지만 알바 전혀 없이 무난히 둘레길 걷기를 마칠 수 있었다.
처음 혼자 이 길을 걸을 때 표지나 리본이 없어 눈길을 푹푹 빠지기도 했고, 낙성대공원에서 서울대로 가는 길을 영어마을 뒷길을 찾지 못해 큰 도로로 관악 구청까지 갔다가 다시 서울대 기숙사며 교수회관 쪽을 헤매며 정문을 찾아 거꾸로 나갔다.
급기야 서울대 입구에서 2구간 진입로를 찾지 못해 헤매고 또 헤매다가 겨우 관악산 등산로 입구와 같은 것을 알고 얼마나 허무 했는지......
전반부에 너무 헤매는 바람에 3구간은 포기하고 신림동 고시촌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승민이가 2년 동안 머물렀던 그 길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아들의 마지막 사시 도전이 무위로 끝나지 않기를 온 마음으로 기원 했었다.
그리고 2월 우리 땅 도반 여러분들과 처음 번개 앞잡이로 나서며 3구간까지 완주를 했다.
그동안 길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영어마을 길이 왼쪽으로 접근하도록 변경 되었다) 나무 둥치를 이용한 표지판이 많이 만들어져 길을 놓칠 염려가 없이 잘 보완 되엇고, 서울 둘레길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리본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특히 영어마을 뒷산에서 관악구청으로 내려 큰 도로를 통과하여 서울대까지 이동하는 구간은 서울 둘레길을 이용하면 산길로 걸어 걸어서 새실쉼터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갈수록 모든 것이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역사에 대해 너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가?
갈수록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바람직한 쪽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지나치게 낭만적인가?
뜻밖에도 백여사님과 김여사님이 둘레길 걷기를 즐기셔서 다행이었다.
특히 김여사님은 모든 구간을 완주하셨고, 이슬이네 선배 언니 부부가 교회 때문에 늦게 합류하셔서 조금밖에 함께 걷지 못해 아쉬었다.
계속 서울 둘레길 표지와 리본이 휘날리며 나를 유혹한다.
서울 시계 걷기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길인 듯, 10차까지 시계 걷기가 끝나면 한번 도전해 보리라 생각한다.
길은 계속 만들어지고 또 만들어지는데 나는 걷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할 뿐 짧은 시간 틈틈이 걸어 늘 아쉽다.
황선생님처럼 세 달쯤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길에 나서고 싶다.
아니 세 달까지는 욕심 내지도 않는다.
한 달이라도 시간이 주어지면 남들이 포장 도로여서 별로라고 말하는 남한강 따라 낙동강까지 걷고 싶다.
한 달이라도 시간이 주어지면 밀포드 트레킹은 그만 두고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을 걷고 또 걷고 싶다.
순대타운에서 순대에 맥주 마시고 지하철로 돌아 온다.
바람이 분다.
그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