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용유도 해안길 걷기

꿈꾸는 식물 2012. 3. 27. 10:52

  장정애님의 강추로 나길도 용유도 해안길과 언덕길 걷기에 따라 나선다.

물론 나 역시 예전부터 나길도 회원이기는 하지만 늘 눈팅과 손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인터넷 밖으로 나와 따라 나섰다.

을왕리 해변을 중심으로 용유도를 다섯 시간 동안 반 바퀴 돌아 14,5km 걸었다.(3월 24일 토요일)

어느 걷기 모임이 모두 그러하듯 선두는 후미를 기다리고, 후미가 오면 또 다시 떠나고, 리더는 함께 가자고 선두를 주저 앉히고, 말 안 듣는 몇몇은 앞장 서고...

우리 카페가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가려고 했지만 질주 본능을 숨기기는 늘 어렵다.

  근 2년만에 우리 땅을 접으신 여러 분들( 무궁화님과 나무토막님, 박길란님, 양고님)을 만났다.

2009년 일 년 동안 치열하게 걸었던 낙동강의 기억이 떠올라 반갑고 반가웠지만, 늘 그렇듯이 살짝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것도 고맙게 먼저 말을 걸어 주신 무궁화님 덕분에...

햇볕 한 점 가릴 곳 없는 끝없이 이어지는 낙동강 둑방길, 속절 없이 피어나던 둑방길의 노란 달맞이꽃, 방치된 포크레인 그림자 아래로 그늘을 찾아 모여 들었던 그 여름 날, 누군가의 남아 있는 얼음 덩어리에 자신의 물을 한 모금씩 붓고 흔들어 마시며 그 차가움에 고마움을 느끼던 그 가난한 행복, 뒷풀이를 끝내고 풀밭에 누워 바라보던 무수한 별들이 빛나던 밤하늘, 커다란 낫을 들고 헤쳐 나가던 길도 없는 낙동강의 강변.

그 날 한마음으로 함께 걸었던 도반들을 이렇게 아득하게 무위(無爲)로 만들어 버린 시간의 힘과 또....

내가 반갑고 그리웠듯이 그 분들도 내가 반가웠으리라 믿어 본다.

  내게 을왕리는 초행이 결코 아니다.

2002년 8월 어느 날, 훈이네 가족이 함께 따뜻한 시간을 마지막으로 보낸 그 곳에 나도 있었다.

그 해 여름 차를 바꾸고, 주선씨랑 일산까지 달려 훈이네 가족을 태우고 바닷바람을 느끼게 해 주려고 을왕리에 왔었다.

그리고 홀트재단 근처에서 오십세주에 고기를 먹고, 훈이네를 내려 주고 집으로 돌아오며 강변북로에서 술 기운을 빌려 엄청 소리 내어 대성통곡하듯이 울었다.

그 날 주선씨에게 큰 빚을 진 나는 채무자가 되었고, 주선씨는 나에게 채권자가 되었다.  

2011년 작년 주선씨와 새해 첫날 해넘이를 보러 을왕리에 왔었다.   

훈이의 시선이 닿았던 곳이 어디일까?  훈이가 거닐었던 곳이 어디일까?

부질없이 뭔가를 찾으려는 헛된 노력을 하는 내가 너무 밉고 지겹고 짜증나고 싫었다.

  오늘 나는 담담하게 그 해변을 걷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무위(無爲)로 만들어 버린다

언제나 시간은 힘이 세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모든 경우에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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