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정상에는 눈은 있으나 주목에는 눈이 없다는 태백산 도립공원 탐방센터의 설명으로 태백산을 접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서울 근교 산에도 눈은 충분하니 굳이 멀리 가지 많기로 주선씨와 의견 일치를 보았다.
운길산 적갑산 예봉산 연계 산행은 출발 시간이 늦어 예봉산 단독 산행으로 결정했다.
팔당역에서 예봉산으로 올라 운길산역으로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산행을 하자고 밑밥을 슬슬 던져 급기야 주선씨도 동의 했다.
마이 코치에 따르면(추위를 먹었는지 일을 했다가 안 했다가 제 마음대로 불성실한 측량) 4시간 20분 동안 9km를 걸었다.(2월 4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눈길을 걸었다.
한 봉우리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 그것이 끝이려니 하면 또 봉우리가 한강 닿는 부분까지 이어지니, 하산길이 거의 6km 가량 되니 주선씨 입장에서는 업자의 농간(?)에 빠진 셈.
처음부터 주선씨는 숨 고르기에 들어 갔다.
같이 보조를 맞추며 걸으려는데, 온 동네 산악회와 산악인들이 모두 예봉산에 몰린 듯, 인산인해를 이루는 듯 해서, 앞으로 가서 기다려 얼굴 한번 보고, 다시 또 앞으로 가서 사진 찍고, 카톡도 하며 얼굴 한번 보고.
나뭇잎을 모두 떨군 나목 사이로 푸르른 한강이 기적처럼 보이고, 늘 푸른 소나무 사이로 아련한 추억처럼 꽁꽁 언 얼음장 위로 하얗게 쌓인 눈이 보이고, 멀리 가까이 보이는 산들은 하얀 눈 속에 창백하고, 바람은 입춘답게 온화하고 부드럽다.
겨울산은 잎을 떨군 채 창백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숲으로 인해 잎이 가렸던 모든 것들을 풍요롭게 드러낸다.
예봉산 정상에서 운길산을 향하여 내려오는 동안 멀리 가까이 두물머리를 눈이 아프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겨울산의 행복이며 기쁨이다.
오른쪽에는 하얗게 얼어 버린 한강을, 왼쪽에는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운길산을 거느리며 그 가운데를 주선씨랑 걷고 또 걸었다.
조금 힘든 산행이었는데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준 주선씨가 고맙고 미안하다.
운길산역을 뒤로 하고 양수리 삼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팔당역 예봉산 입구로 이동, 차를 탔다.
돌아오는 길, 내가 좋아하는 잔치국수에 막걸리 한잔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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