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탄금대 사연

꿈꾸는 식물 2011. 12. 28. 13:06

  새재 자전거길을 따라 충주에서 상주 쪽으로 걷기 위해 길을 나서다.(12월 24일 토요일)

길 걷기에 관하여 주선씨랑 도모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한 걸음이라도 적게 걷기 위하여 노력하는 걷기에 관한한 을(乙)이기  때문이다.

심근 경색증 예비 환자라며 산을 거부하는 주선씨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전거길을 따라 평지로 걷자며 집을 나섰다.

지난 주 남한산성 성곽 걷기도 종로에서 시작하여 겨우 장경사 지나 동문에서 그쳐 버렸다.(12월 18일 일요일)

아무리 못 걸어도 15km 정도는 걸으려니 했는데.....

수타 손 짜장 먹고, 탄금대공원 한 바퀴 돌고, 충주호까지 드라이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재 자전거길 입구를 찾은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목요일(12월 22일) 영화 세 편을 이어서 보고, 금요일 집에서 빈둥대고, 토요일 탄금대 잠깐 걷고, 일요일 또 영화 두 편 보고.

'마이 웨이' - '레빗 홀' - '미션 임파서블' (목요일)   '마이 웨이' -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일요일)

혼자 영화 보기를 싫어하는 남편 덕분에 '마이 웨이'를 두 번씩이나 보아야만 했다.

다른 사람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번씩이나 몰두하며 볼 수 있었고,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별을 두 개쯤 더 주고 싶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전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켜야만 할 고귀한 가치가 있으며, 그 고귀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평행이론에서 다른 우주로 통하는 공간인 '레빗 홀'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가 토끼를 따라 구멍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데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혼자 지어내서 생각해 본다.

'레빗 홀'을 따라 간다면 그 곳에 차마 못 떠나 보낸 그리운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뼈아픈 상실감과 자괴감에 빠져 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

다른 버전으로라도 그 곳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다름 아닌 영원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경쾌하고 발랄하기까지 했다.

그 발랄함에 마음이 방방 뜨기까지 했으니, 헐리우드식 액션은 행복하다.

  탄금대사연 노래비에 적힌 가사가 탄금대에 얽힌 사연을 모두 이야기해 준다. 

 

탄금대 사연         

 

탄금정 굽이돌아 흘러가는 한강수야

신립장군 배수진이 여기 인가요~

열두대 굽이치는 강물도 목메는데

그님은 어디로 가고 물새만이 슬피우나

송림이 우거져서 산새도 우는가요

가야금이 을었다고 탄금대인가요

우륵이 풍류 읊던 대문산 가는 허리

노을진 남한강에 님 부르는 탄금아가씨

 

  충주 출신 권태응의 '감자꽃' 시비도 눈에 들어온다.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건 하얀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감자  

 

  이번 겨울 들어 첫 눈길을 주선씨랑 걸어서 참 다행이다.

심근경색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엄동설한(?)에  충주까지 동행해 충주댐 공원에서 남한강을 같이 바라봐 주는 주선씨가 내 옆지기여서 참 행복하다.

칼바람 강바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걷기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길 따라 나서주는 주선씨랑 이렇게 늙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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