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아차산에서 망우산까지

꿈꾸는 식물 2011. 7. 30. 00:55

1. 아차산에서 망우산까지

 1) 집에서 아차산 입구까지

 2) 아차산 해맞이 광장

 3) 아차산 헬기장

 4) 용마산 정상

 5) 망우리 공원 묘지

 6) 엄마 약수터

 7) 구리 교문 사거리

 8) 버스로 강변역까지

 

2. 7월 29일 금요일

 

3. 혼자서 혼자서

 

4. 지루한 비 끝에 반가운 햇볕이다.

집안일을 부랴부랴 해치우고 햇볕 속으로 나서다.

햇볕이 사라질까 두려워 마음이 조급하기까지......

길을 나서니 우산까지 챙겨 길을 나선 나처럼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참, 참, 못 말리는 인간들이다.

그동안 비가 와서 못 말리기는 했겠지만!

  아차산은 너무 한적하여 조금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내가 만난 가장 한적한, 그래서 뒤에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까지 마음이 쓰이는 고요한 분위기.

지난 폭우 속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견뎌준 나무와 길과 꽃들이 눈물겹게 고맙다.

흐드러지게 피어 온 산에 향기를 흩날리던 밤나무의 꽃도 이제는 의젓하게 밤송이를 매달고, 도토리도 초록빛 그윽한 열매를 달고 있다.

백일홍과 원추리, 나리꽃은 그 폭우 속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 방생했던 자라들이 모여 모여서 반가운 태양 아래 몸의 습기를 오손도손 말리고 있다.

아차산에서 가장 빛나는 맥문동은 보랏빛 자태를 뽐낸다.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도 반갑고 정겹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산은 이제 유년기를 지난 청년기의 녹음을 자랑한다.

머금은 습기로 뱀을 만날까 살짝 걱정이 되어 긴장 모드.

용마산 공원 묘지의 무덤들이 무덤 본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단정하게 다듬어진 무덤은 몇 기 없고, 온갖 잡초들이 무덤의 주인인 양 강한 생명력으로 무덤을 장악했다.

강한 생명력 앞에 속수무책인 생명 없는 존재.

모든 것이 사라져 고요한 겨울과 생명이 조금씩 살아 움트는 봄과는 전혀 다른 한여름의 망우산의 낯선 모습에 나는 심하게 낯가림을 했다.

다시는 여름 망우리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한다.

살아 있는 존재는 변하고 진화하는데, 죽어 있는 존재는 아무 변화도 없음을 뼈 저리게 깨닫는다.

  유진이랑 지난 봄에 왔을 때 만발했던 배나무의 하얀 꽃들이 이제는 열매로 변하여 봉지에 싸여 가을로 가고 있다.

현선아, 너는 어떤 가을을 준비하니?

현선아, 네가 기다리는 가을은 어떤 빛깔이니?

 

  나는 이제 그만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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