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마드리드

꿈꾸는 식물 2011. 5. 13. 10:35

1. 돈키호테를 만나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세르반테스와 세익스피어가 동시대를 뜨겁게 살아낸 인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라만자의 돈키호테'를 연극으로 보고, '돈키호테'를 발레로 보았지만 그 작품의 반향이 이렇게 크고 깊은 줄 스페인에 와서 처음 알았다.

스페인 사람들의 세르반테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 광장에서 레판토의 외팔이 세르반테스를 만났다.

세계 문학에 나타난  인간형을 나누는 방법.

행동형인 돈키호테형과 사고형(思考型)인 햄릿형, 명예를 추구하는 조던형(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헨리형(무기여, 잘 있거라).  

이 곳 스페인에서 라만차에서는 돈키호테를, 세고비아의 과다마라 산에서는 마리아의 연인 조던을 만난다.

행동하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사고(思考)하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행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후회하는 것이 오래오래 상처로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행동해서 오는 후회는 한으로 남지 않는다는 그 심리학자의 이론은 언제나 나에게 유효하다.

소심한 나는 그래서 늘 상처를 훈장처럼 마음에 담고 다닌다.

그리고 뒤끝도 많은 나는 늘 그 상처를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늘 반추한다.   

  마요르 광장에서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레스토랑 보틴을 찾을 여유도 없이, 대지의 여신인 시벨레스 분수를 즐길 틈도 없이, 알칼라 문만 살짝 바라보고  차를 타야만 했다.

베르사이유 궁전보다 방의 개수가 더 많다는 마드리드 왕궁에는 비둘기도 아닌, 참새도 아닌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 다닌다.

그리고 그 새들보다 많은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모였다가 흩어진다.

 

 

 

 

 

 

 

 

 

 

 

 

 

 

2. 세고비아

  내 생애 처음으로 만난 중세 유럽의 도시, 세고비아.

디즈니 만화 영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되었다는 알카사르 궁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도시 전체를  하얀 구름으로 감싸는 마로니에였다.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로니에 나무를 본 적이 있지만 하얀 뭉게구름으로 꿈처럼 피어나는 마로니에 꽃은 최초의 만남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마로니에, 고딕의 귀부인이라는 중세의 연붉은 벽돌 건물 위로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햇빛 또 햇빛.

  중학교 세게사 교과서에서 보았던 로마 시대의 수도교를 보았다.

만년설을 녹여 성안까지 끌어 들이기 위해 만든, 이층으로 된 아치형의 다리 바로 위 삼층에 흐르는 물길.

아치형의 다리 모양 사이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 연붉은 지붕과 하얀 벽을 지닌 중세의 마을들, 내 귀를 스쳐 지나가는 먼 나라의 언어들.

두고 두고 그리울 꿈같은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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