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1월 29일 토요일 검단산 등산

꿈꾸는 식물 2011. 1. 30. 22:41

1. 검단산 등반

 1) 유길준 묘소 쪽에서 정상을 향하여

 2) 오른쪽에 한강을 바라보며

 3) 검단산 정상

 4) 다시 그 방향으로 하산

 

2. 남편과 함께

 

3.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단 둘이 산에 오르다.

둘이서 산에 든 지 기억조차 까막까막 할 정도로 아득하다.

감국 필 무렵 남한산성 외곽 돌기가 아니었나 싶다.

 

  고혈압 환자라며 찬 바람 맞으며 나서기 싫어하는 남편을 동행하고 나서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처음 출발은 남편을 앞세우며 순조롭게 시작 되었는데, 자꾸 앞에 가는 등산객이 계속 처지는 바람에 추월한 것이 화근이었다.

추월하자마자 추월 본능이 발동이 걸려 그냥 내쳐 걷기 시작했는데, 남편과 거리가 아득해져 발이 시리도록 기다려도 남편은 오지 않는다.

발이 시리며 망부석이 된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방 무게를 덜어 준다고 물통과 보온병을 내 가방으로 옮기는 바람에 물이 없어 갈증에 시달렸던 남편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었다.

갈증은 심하고 전화는 안 터지고 성질이 잔뜩 난 남편은 가방에 든 내 아이젠을 꺼내 눈 쌓인 등산로에 놓으며 가지고 가다가 신으라며 여전히 퉁명스럽다.

다시 남편을 앞 세우고 산행이다.

산에서는 남편이 약자인데 배려를 못한 내 부덕의 소치려니 생각하고 뒤를 따른다.

 

  아까 서서 기다린 바람에 손과 발이 꽁꽁 얼어 손끝과 발끝이 시리어 견디기 힘들다.

장갑과 양말을 두 켤레씩 끼고 신었는데도 여전히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오른 손으로 왼쪽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부족한 탓이로소이다'를 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단산에서 바라보는 얼어붙은 두물머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칼바람을 맞으며 검단산 정상에서, '그래 ,살자. 열심으로 온 몸으로 살아내자.' 스스로에게 자기 암시를 한다.

 

  돌아오는 길, 남편이 기억해 준 내가 좋아하는 화심 두부집에서 들깨 순두부, 모두부와 콩물, 막걸리 한 잔에 남편이 아까 부린 성질을 잊어 준다.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걷고 또 걷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6일 일요일 아차산  (0) 2011.02.08
2월 2일 수요일 북악산 걷기  (0) 2011.02.04
1월 1일 문배 마을  (0) 2011.01.12
한강 걷기(12월 29일 - 12월 31일)  (0) 2010.12.31
12월 17일 금요일 남한산성   (0) 201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