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12월 17일 금요일 남한산성

꿈꾸는 식물 2010. 12. 18. 01:08

1. 남한산성  한 바퀴

 1)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남문으로

 2) 서문 지나

 3) 북문으로

 4) 장경사 지나

 5) 중앙 도로 걸어 걸어

 6) 산성 로터리에서 버스

 

2. 선배 언니랑

 

3. 오늘 아침 눈은 푹푹 나린다.

사랑할 아름다운 나타샤를 가지지 못한 나는, 응앙응앙 울을 당나귀도 가지지 못해서 언니랑 함께 남한산성 성곽 돌기에 나선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서 살자.

 

  푹푹 내리는 눈 속에 산성은 고즈넉하다.

지난 가을 남편이랑 성곽 바깥을 돌며 감탄해 마지 않았던 감국은 흔적도 없이 모두 눈 속에 잠겨 있다.

이따금 성밖을 도는 사람들 모습만이 꿈결처럼 스쳐간다.

그들에게 나도 꿈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리라.

 

  올 겨을 처음 아이젠을 신고 산행을 했다.

계절은 이렇게 어김없이 자신의 시계를 가지고 흘러 가는데,

지난 여름 혼자 성곽을 걸었던 나와 감국에 감탄하며 남편과 함께 성밖을 돌았던 나와 오늘의 나는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가.

그 여름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떠나 왔는가.

아니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링반데룽 : 폭설, 폭우, 안개로 방향 감각을 잃고 그 지역만 뱅글뱅글 맴도는 등산 조난 용어

나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채, 그 무언가의 언저리만 맴도는 링반데룽에 빠진 것은 아닌지 갑자기 가슴이 서늘하다.

링반데룽에 빠졌는지 내 자신을 돌아본다.

'링반데룽에 빠지지 말자'는 내 다짐과는 관계 없이 눈은 푹푹 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