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가족 모임으로 도고에 다녀오다.
시어머니 생신 가족 모임으로 둘째 형님네를 제외하고 어머니 아들과 딸, 사위와 며느리가 모였다.
술도 고기도 심지어 분위기까지도 낯설고 생경하다.
물과 기름처럼 함께 있어도 따로 있는 것처럼 심하게 낯가림을 한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을 쓰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다.
공세리 성당에서 작은 위로를 느낀다.
2008년 봄, 남편이랑 서산 마애석불을 거쳐 공세리 성당에 온 적이 있었다.
겨울을 마무리하고 봄을 준비하는 계절답게 나무들은 조금씩 봄빛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겨울을 시작하는 성당의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구고 정결하게 기다리고 있다.
잎을 모두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기적처럼 보인다.
나는 겨울 나무의 이 정결함과 쓸쓸함을 사랑한다.
모두 버리고 허허롭게 떠나리라.
체념까지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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