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새로운 만남

꿈꾸는 식물 2009. 5. 31. 17:28

  남편은 한강 걷기보다는 산에 가기를 즐긴다. 한쪽에 강을 끼고 그늘도 없이 이어지는 한강 걷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천들이 한강으로 합쳐져 하나가 되어 다시 흐르고, 흐르다가 또 다른 천이 합쳐지는 한강을 나는 사랑한다. 성내천, 탄천, 양재천, 반포천, 중랑천, 안양천이 만나는 합수 지점은 차라리 경건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 우연히 한강과 성내천의 합수 지점에서 한강을 뛰어넘어 성내천으로 돌진하려는 물고기 무리를 보았다.  성내천에서 한강으로 물길을 만들어 놓아서 당연히 성내천 쪽이 높다.  그럼에도 붕어인지 메기인지 아니면 가물치인지 이름도 잘 모르는 그 존재들은 무리를 지어 불가능할 것 같은 그 지난한 도전을 하고 있었다.  어리석다고 느낄 정도의 그 무모한 도전 앞에 화가 날 정도로 마음이 불편하다.  한강 하구의 서해에 밀물 때면 가능할까?  아니면 비가 많이 내려 한강 수량이 많아지면 가능할까?      

 

  진경이랑 올림픽 공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어느 날,  우리는 또 그 무모한 도전을 하는 녀석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인지, 서해의 만조 때문인지 눈에 띄게 한강의 수량이 많았다.  그럼에도 성내천에서 한강으로 향한 완만하지만 분명한 경사 때문에 도전은 쉬어 보이지 않았다.  한 마리가 어렵게 시도하여 강을 넘어섰지만 그 경사 때문에 다시 강으로 미끄럼질 한다.  또 다른 녀석이 시도한다.  또 다른 시도가 계속 이어진다.  차레를 기다리며 뒤에 있는 녀석에게 "밀어. 밀어 !" 라는 주문을 하며 나도 모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렵게  마침내 내 눈 앞에서 한 마리가 한강에서 성내천으로 회귀에 성공했다.  나는 그들의 치어리더였다. 

  "잘 했다!  잘 했어." 

  "장하다!"    

 

  나는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그 물고기들이 성내천으로 왜 가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 한다.  은어처럼 회귀성이 강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 뿐이다.  그럼에도 그 물고기의 성공에 호들갑을 떨며, 심지어는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일 만큼 감동하는 이유는 그 생의 엄숙함과 치열함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자기 위치에서 모두 이렇게 피와 땀을 흘리며 온 몸과 마음으로 처절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자살은 죄악이다.  그래서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성실하지 않는 삶은 죄악이다.

 

  현선아! 너는 치열하게 네 앞의 삶을 사랑하며 온 몸으로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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