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목회

도봉산 종주

꿈꾸는 식물 2015. 7. 2. 16:31

  파르르 연두빛 계절은 신록을 찍고 이제 한여름을 향하여 달려 간다. 한여름의 되바라져 건방진 절정 이전의 초록이다. 지난 4월 도봉에 들었던 이래 거의 세 달만에 찾은 도봉은 초록빛 향연이다. 높다란 봉우리의 바위를 제외하고는 초록빛이 점령군처럼 온통 주둔해 있었다. 수유에서 지하철을 내려 버스로 우이령까지 이동하여 한일교에서 우이암으로 들어선다. 

 

  반짝반짝 7월의 햇살은 나뭇잎에 부서지고, 모처럼 투명한 하늘에는 하이얀 구름이 한가롭고, 습기를 머금지 않는 바람은 서늘한 기운까지 살짝 풍기며 부드럽게 흐른다. 아직 사납지 않은 부드러운 7월의 아침 햇발 사이를 우리는 정직한 땀을 흘리며 걸어 간다. 나뭇잎 사이로 어쩌다 보이는 북한산을 왼쪽으로, 무성한 나뭇잎 때문에 존재조차 증명하지 못한 도봉의 연봉들을 오른쪽으로 우리는 우이암을 향하여 나아간다. 여름숲으로 포위된 원통사의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다. 똑같은 길을 걸어도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함께 걸은 동반자에 따라 느낌과 감동이 다르다. 우이암을 거쳐 자운봉을 향하여 도봉 주능선으로 접어 들면 오봉과 여성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르지 못하여 오랜 시간 기다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오형제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일까? 늘 오봉은 애잔하고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신선대 아래에서 자운봉과 만장봉 그리고 선인봉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엄청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솔잎까지 매달며 의연하게 살아가는 소나무, 아 소나무! 포대능선을 내려가며 살짝 살짝 만나는 아프도록 시린 투명한 하늘. 포대능선을 통과하여 온 몸과 마음으로 쇠줄과 철기둥에 의지하여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바라 본다. 멀리 가까이 마치 나는 포대능선을 통과하지 않은 것처럼 투명한 시선으로 관조한다. 힘들어도 고달퍼도 "이 또한 지나 가리라"는 믿음이 얼마나 큰 격려이고 위로인가?  

 

  모든 것은 흐르고 움직이며 변하고 달라진다. 태양 아래 변하지 않는 것이 어찌 있으랴? 불변에 대한 경사, 영원에 대한 그리움, 절대에 대한 동경, 완전에 대한 꿈. 이 모든 것이 불변과 영원과 절대와 완전이 존재하지 않음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한바탕 땀을 쏟은 후 이렇게 산에 올라 멍하니 서있노라면 불변과 영원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과 마음이 그냥 서늘해진다.

 

  사람은 변하고 달라지며 흘러간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달라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 인간을 규정 짓고 정의 내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우리 인간을 이렇게 각각 흐르는 섬으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 무언가가 우리 인간을 외롭게 하는지도 모른다. 또 이렇게 블로그에 몇 자 적어 본다. 카스를 파란만장(?)하게 끌다가 그만 접고, 또 얼마 동안 아무 것도 쓰지 않고 쓰지 못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 왔다. 얼마나 블로그를 쓰다가 그만 둘지 난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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