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걸어서 절두산 성지까지

꿈꾸는 식물 2011. 8. 19. 23:09

1. 성산대교까지

 1) 올림픽대교  -   2) 잠실철교

 3) 잠실대교  -   4) 청담대교

 5) 영동대교  -   6) 성수대교

 7) 동호대교  -   8) 한남대교

 9) 반포대교  -   10) 동작대교

 11) 한강대교  -   12) 한강철교

 13) 원효대교  -   14) 마포대교

 15) 서강대교  -   16) 당산철교

 17) 양화대교  -   18) 성산대교

 

2. 8월 18일 목요일

 

3. 혼자서 혼자서

 

4. 며칠만에 만나는 뜨거운 태양이다.

급흥분하여 무엇을 할지 허둥댄다.

아들 김밥 도시락 여덟 줄을 싸면서도 꿈같이 주어진 축복같은 태양을 어떻게 즐길지 생각이 많다.

동작에서 서달산 까치산 관악산 거쳐 과천향교에서 하산하여 양재천 따라 걸어 볼까, 아니면 한강 따라 하류로 이동하여 봉헌초 켜고 돌아 올까.

트레킹화를 신고 나섰다가 신발을 바꿔 신고 관악산 쪽으로 마음을 정했는데, 하늘의 뭉게구름이 소나기를 예고하는 듯 느껴져 마음을 고쳐 먹었다.

지난 주말 관악산에서 고립된 등산객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리 하나가 지나가면 2km 밖에 또 다리가 보이고, 열심으로 걸어 그 다리에 도착하면 그만큼 거리를 두고 또 다른 다리가 나타난다.

하나의 상념을 밀어내면 또 다른 상념이 나타나고, 그 상념을 다독거려 마모해 놓으면 그만큼 무게로 또 다른 상념이 나타난다.

보랏빛 벌개매취와, 커다란 강아지풀같은 슈크렁,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싱그러운 바람 냄새,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짝짓기를 하겠다는 의욕으로 짝짓기에 열중하는 잠자리 떼들, 쉬임없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울어대는 매미들.

그 무엇보다 나를 흥분하게 한 것은 작렬하는 8월의 태양이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살아야지, 살아내야지' 하며 나를 다독거린다.

가끔 만나는 베낭을 맨 도보 여행자들은 '수고하십니다'라는 산악인들의 인사도 없이 서로가 비슷한 '과'임을 확인하고 재빠르게 시선을 돌린다.

  드디어 절두산 천주교 성지.

21일 시험을 앞둔 승민이와 하나, 28일 시험인 민곤이와 지수, 8주기가 다가오는 내 동생 훈이를 위해 촛불 다섯 개를 불밝혔다.

파란 양초와 붉은 양초, 노란 양초와 하얀 양초에 불을 밝히고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긴 수험 생활, 이제 그 수형같은 수험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아들 승민.

내가 내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 

내 마음 속의 생각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 마음 속의 지옥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알 수 있을까?

  나를 위하여 일부러 시간을 낸 머핀님과 프라하에서 둔케라는 흑맥주에 젖어 본다.

눈물이 살짝 흐른다.

올 가을이 힘들 것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쓸쓸해진다.

2003년 가을, 그해 가을 같은 느낌에 나는 속절없이 무장해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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