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봉산 둘레길
1) 왕실 묘역길(2.5km) : 우이령 입구 - 바가지 약수터
2) 방학동길(2km) : 바가지 약수터 - 무수골 입구
3) 도봉 옛길( 2.8km) : 무수골 입구 - 다락원 입구
4) 다락원길(3km) : 다락원 입구 - 원도봉 입구
2. 7월 17일 일요일
3. 남편과 함께
4. 드디어 장마 끝!
장마는 무엇이 아쉬운지 일요일 오전에도 비를 뿌린다.
드디어 아쉬움의 의식마저 끝나고, 날씨는 오랜만에 활짝 갠다.
주선씨와 도봉산 둘레길로 떠난다.
도선사 아래 우이동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고 북한산 둘레길 20코스 북한산 둘레길 도봉 방향을 향해 출발.
주차장 바로 뒤쪽으로 계단을 이용하여 오른다.
북한산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느낌으로 걷는다.
왕실 묘역길에는 연산군의 묘와 세종의 따님 정의공주의 묘가 있다.
어머니의 폐서인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떠오르게 하는 연산군 묘 앞에는 800년도 훨씬 더 지난 은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조선 시대의 여러 왕 가운데 마음 속의 어린애를 지녔을 것 같은 왕인 연산군과 정조.
어머니 폐비 윤씨의 아픔을 지켜 보아야만 했던 연산군, 아버지 사도 태자의 뒤주에서의 죽음을 속수무책 지켜 보아야만 했던 정조.
그들의 마음 속에는 상처 입은 어린애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괘적은 얼마나 달랐는가.
결국 운명 앞에서의 반응이 자신의 삶을 결정 짓는지도 모른다.
운명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반응은 내 노력으로 선택할 수 있으리라.
작은 위로인지, 큰 축복인지......
포도밭을 지나 농장 옆을 스친다.
깻잎과 고추, 호박잎을 내다 파는 행상에 시선을 빼앗겨 둘레길 표지를 잃고 허둥거린다.
표지를 따라 가다 길을 잃으면 나는 회귀하여 원래 그 표지 있는 곳까지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한다.
그러나 주선씨는 실수를 깨달으면 방향을 생각해 그 지점에서 가장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 조율을 시도한다.
무수골을 향하여 주선씨는 오른쪽 방향 아래로 이동하여 바가지 약수터를 찾아낸다.
혼자일 때 나는 표지를 놓친 농장까지 아래로 내려가 표지를 찾아 다시 걸어 갔으리라.
어쩌면 이것이 인생의 문제에 대처하는 주선씨와 나의 차이일 거라 생각한다.
잘못 되었다고 느끼면 나는 손해를 무릅 쓰고라도 원인이 되는 사건까지 소급해 다시 처음부터 바로 잡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주선씨는 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늘 나는 최선을, 주선씨는 경우에 따라 차선을 선택한다.
차선 속에서도 최선이 주어지는 것.
차선을 선택하면 선택한 곳에서 또 최선이 주어지는데......
이런 것이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함수인 걸!
그럼에도 나는 늘 바로 잡기를 하며 최선을 택한다.
그리고 쓸쓸하게 빈손으로 서 있다, 저무는 들녁에.
원도봉을 앞에 두고 주선씨가 걷기를 중단하잔다.
무엇이든지 시작하면 끝을 내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하는데 그냥 가자고 말했다.
원도봉까지 1km를 가다가 집에 가기 위해서는 다시 그 길을 돌아 나와야만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되돌아 나온다.
다음 도봉산 이어 걷기에도 차를 두고 또 걸어야 하는데......
원도봉을 향할 때 그렇게 많던 택시도 돌아와서 타려니 쉽게 잡히지 않는다.
'나는 참 왜 이럴까?'
'나는 왜 세상을 약게 살지 못할까?'
편의점에서 마신 맥주 한 캔에 흔들리며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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