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1월 3일 일요일 검단산

꿈꾸는 식물 2010. 1. 11. 12:27

1. 검단산 등반

 1) 버스로 검단산 입구까지  이동

 2) 에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시작하다.

 3) 정상 지나 유길준 묘소로 하산

 4) 전주화심두부에서 두부와 더불어 하산주

2. 남편과 함께

3. 별 다른 기대없이 나선 검단산에서 아름다운 설경을 만나다.

백 년만에 큰 눈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푹푹 빠지는 눈 속을 걷고 또 걸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서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슬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난,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슴이 가득 찬다는 백석을 떠올린다.

가난하고 외로우나 높고 맑은 영혼을 지닐 수 있기를, 뜨겁고 호젓한 것으로,  사랑과 슬픔으로 가슴이 가득한 날을 만들기를 검단산에서 한강 너머 가깝게 보이는 예봉산을 바라보며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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