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날이 시작 되었다.
날마다 날마다 뜨는 해라지만 새해 새날 뜨는 해는 느낌이 다르다.
지난 밤에 늦게까지 책을 읽어 비몽사몽인 아들 녀석을 들쑤셔 비록 아파트 사이로 뜨는 해지만 새날의 정기를 받으라고 극성을 부려 본다.
남한산성 쪽으로 뜨는 해는 올림픽대교를 비추며 길게 한강으로 상서로운 기운을 흩뿌린다.
하루 종일 환자 놀이를 하다가 지친 남편과 영종대교를 거쳐 영종도의 을왕 해수욕장으로 해넘이를 갔다.
새해의 두 번째 날을 보낸 해는 바다에 붉은 빛을 길게 드리우며 서서히 지고 있다.
해돋이보다 해넘이를 좋아하는, 여럿보다 혼자를 좋아하는, 그래서 사주에 '외로울 고(孤)'가 세 개나 있는 나를, 아내로 엄마로 아껴주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눈물겹다.
때때로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며 벅벅 우기고, 어른스럽지 못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나를 견뎌내며 묵묵히 제 길을 가고 있는 내 아들 승민, 온탕과 냉탕을 들락거리는 기복 심한 변덕쟁이에 우기기는 선수급인 나를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느낌으로 대해주는 내 남편 주선씨.
때때로 늦은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퇴근과 하교를 기다리며 혼자서 맥주를 마셔도, 때때로 깊은 밤 자다가 깨어 올림픽대교를 지나는 차의 후미등을 보며 서늘한 외로움을 느껴도, 주선씨와 승민이는 나의 빛이며 그림자이다.
2010년 주선씨와 승민이 그리고 나! 모두 아름다운 날이 되기를, 모두 꽃으로 피어나는 날이 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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