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안나 푸르나 트레킹(3)

꿈꾸는 식물 2013. 2. 22. 00:30

  라파니에서 푼힐 전망대까지 일출을 보기 위한 새벽 트레킹.

안나 푸르나 남봉이 지켜 보는 가운데 하룻밤을 자고, 안나 푸르나와, 다울라기리, 마차푸차레 연봉을 만나러 5시 30분 길을 나선다.

지난 5월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을 위한 그 새벽에 비하여 바람 한점 없어 추위를 느낄 수 없다.

날이 따뜻해서가 아니라 그 5월은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을 동반한 새벽의 추위에 바지까지 목에 머플러처럼 두르고 이를 두들겨 떨었는데, 오늘은 3200m 고지이지만 완전 중무장을 하고 바람 없는 새벽이어서 추위로부터 자유로웠으리라.

푼힐 전망대가 가까워질수록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안나 푸르나 연봉들과 물고기 꼬리 모양의 마차푸차레,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하나인 다울라기리의 연봉들이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해가 떠오르고, 해는 높은 봉우리부터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스포트 라이터를 비추는 것처럼 빛을 비춰 준다.

높은 봉우리에서 낮은 봉우리로 점점 빛은 이동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었다.

빛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8000m의 연봉들이 도열하여 겸손하게 해를 영접하고 있다, 영겁의 세월을 그렇게.

설산의 환상적인 향연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높은 봉우리에서 낮은 봉우리로 내려 오는 태양의 세례를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아침을 먹고 안나 푸르나를 뒤로 하고 마차푸차레 방향으로 트레킹은 이어진다.

가다가 뒤 돌아 보면 안나 푸르나가 따라 오고,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면 마차푸차레가 얼굴을 내밀고, 안나 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사이의 계곡을 걸어 간다.

현실이 아닌 꿈인듯, 이생이 아닌 전생인듯, 이승의 아닌 저승인듯.   

여행사의 실수로 아이젠을 가져 가지 않았던 우리는 셀파의 아이젠을 한 발씩 차고 힘들게 힘들게 추일레로 내려온다.

사이사이 커다란 빙벽으로 변한 폭포를 만나기도 했고, 지구의 역사를 웅변으로 말해 주는 온갖 기묘한 바위를 보기도 했고, 유리 나라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온갖 식물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오며 아이젠 가져 오지 않은 값을 충분히 지불했다.

디카를 꺼낼 수 없었음에도 그 풍광은 내 마음과 눈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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