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안나 푸르나 트레킹(1)

꿈꾸는 식물 2013. 2. 18. 00:45

  나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을까?

지난 해 9월 20일에 하늘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당분간 이 말을 쓰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보현이의 과감한 결단 덕분에 주선씨가 일언지하에 거부했던 안나 푸르나 로얄 트레킹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주선씨의 배려가 고맙고, 가사 도우미로 여드레 동안 고생한 아들의 수고가 미안하다.

속없이 히말라야와의 사랑에 빠져 내년에는 ABC(안나 푸르나 베이스 켐프)와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켐프)에 가겠다는 꿈을 꾸는 내 마음을 알까?

  인천공항에서 이륙한지 6시간 반에 도착한 카트만두는 60년대 우리 나라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익산에서 보냈던 초등학교 기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한 듯, 다큐멘타리 촬영하는 그 공간으로 내가 들어간 듯, 시간과 공간 자체가 모호하고 불분명하고 아득하다.

호텔은 힌두교 국가인데도 회교 국가인 이집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집트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네팔 역시 자치를 지키기 위하여 영국의 연방 속으로 들어갔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내가 비슷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타멜거리는 넘쳐나는 차와 오토바이 때문에 먼지와 소음과 무질서로 정신이 없어, 적응하기가 힘이 들었다.

  국내선을 타고 포카라로 이동하며 만난 만년설의 설산은 40분 동안의 비행 시간 내내 나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거기 그렇게 히말라야 산맥이 있었다.

포카라에 도착, 정식으로 다울라기리와 안나 푸르나와 마차푸차레와 인사를 했다.

페와 호수에서 보우팅, 푸른 호수에 떠있는 붉은 보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더 선명한 14좌인 다울라기리와 안나 푸르나 하얀 봉우리와 봉우리, 보면 볼수록 신비한 모양인 마차푸차레.

기적처럼 그렇게 만년설의 설산은 그렇게 있었다.

  트레킹 기점인 나야폴로 차로 이동하여 드디어 트레킹을 시작한다.

천천히 천천히 비레탄티를 지나 힐레까지 세 시간 동안 트레킹이 이어진다.

숲 속의 나무들도 낯설고, 짐을 길고 가는 노새들도 낯설고, 트레커를 따라 함께 트레킹하는 길고 큰 검은 개들도 낯설다.

새롭게 만나는 꽃과 나무들, '나마스떼'라고 인사하며 '켄디?'와 '스위트?'를 말하는 어린 아이들의 검은 눈망울, 저녁 무렵 혼자 집을 찾아 퇴근하는 검은 소와 염소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롯지가 만들어 내는 황혼 무렵의 분위기, 산 그림자가 살금살금 내려 오고, 먼 마을에 불이 하나씩 켜지고. 달과 별이 그 빛을 드러내고, 가이드 정오승씨가 갓 갈아 내린 커피향 속에서 안나 푸르나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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